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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Oct 08. 2021

거짓말

아이에게 푸근한 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또래들에 비해 몸집이 조금 더 있어서만은 아닌 듯하다. 몸집 있다고 다 그런 건 아니니까.

바쁘게 가게 운영을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할머니,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온 데서 나오는 여유일까. 타고난 성향 덕분도 있을 테고 P는 그런 아이였다.


눈을 반짝이며 늘 한 가지 이상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아이. 어르신들과 지낸 아이들은 성숙미가 깃드는지 어른과의 대화처럼  말이 통할 때가 많다.


호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뭔가를 꺼내 보이며


“선생님, 이게 뭔지 아세요?”


구슬치기 할 때 많이 봤던 구슬이다.


‘구슬’이라고 답하면 왠지 아이가 원하는 답이 아닐 것 같다. 요즘 지구에 대한 걸 계속 학습 중이었으  구슬 안의 무늬를 감안해서 자신 있게


“지구”

라고 답했다.



“아이~선생님,  구슬이잖아요.”


나가도 내가 너무 앞서 나갔나 보다.


아이가 원하는 대답은 ‘구슬’ 본연의 그 이름 그대로 ‘구슬’이었던 것이다.


이걸 호주머니에서 꺼내 물어보는 이유가 있음을 듣고는 적잖이 놀랐다.


“선생님, 이 구슬과 똑같은 게 유치원에 전시되어 있잖아요. 유치원 걸 가져갔다고 할까 봐 걱정이 많이 돼요.”

이번 달 전통 놀이에 대한 걸 학습하며 구슬치기 할 때 구슬들도 전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같은 반 친구가 구슬을  줬다며 똑같은 걸 갖고 있는 아이는 그것이 걱정이 되는 일이었고.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선생님들의 지도와 도움을 받다 보니 생각의 각도도 다를 터. 아이에게 접근하는 말하는 화법도 제각각이었을 터다.


우리 집 따닝이 엄마, 아빠의 화법도 달라 상처를 받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아이에게 던진 말이 아이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유치원에 있는 똑같은 걸 아이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 무조건 유치원 걸 가져갔다 먼저 생각하는 선생님이 계셨기에 아이가 앞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거다.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듣고 있자니 많이 미안해졌다.


어린 반 친구들은 네 거 내 거가 완전 구별되지 않고 맘에 드는 것이 있을 때 호주머니나 자기 가방에 넣어가곤 한다. 그러면 어머니께서 비닐 팩이나 잘 포장해서 다시 되돌려 보내주곤 하신다. 여러 친구들이 같이 쓰는 물건이라고 이야기해 주면 알아듣곤 했다.


형님반 친구들도 그럴 수 있다. 자기 집에는 없는 걸 맘에 들어 가지고 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야기를 통하거나 동화책을 통해 잘 접근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없어진 물건을 찾는 방법이나 조금 전의 한 행동이나 말을 달리 한다 해서 거짓말하지 말라며 다그치면 아이는 큰 수치심을 벗어나기 위해 더한 거짓말로 자신을 방어하기 급급해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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