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신 선물

일곱 살 쌍둥이 자매가 드릴 최고의 선물

by 서비휘

바깥은 아이들의 맘과 찰떡궁합이 맞는 곳이다. 가장 밝고 맑은 표정 보여주는 것만 봐도. 아이들이 발 디디는 곳이라면 어디든 에너지와 생기가 넘치다 못해 우당탕탕도 같이 존재하는 것이다.


두 눈 멀쩡히 뜨고 같이 있어도 울고, 삐지고, 분쟁의 소지는 곳곳에서 일어난다. 가장 가슴 철렁 내려앉게 하는 것이 순식간에 다치는 거. 크게 다치지 않고 말다툼은 싸움의 원인을 생각해 보게 하고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고 나면 또다시 신나게 놀 수 있는 것도 아이들의 특권 같다.

논란의 불이 옮겨 붙기 전, 교사가 늘 곁에 있어야 하기도 하지만.



H 쌍둥이 자매는 정 많고 붙임성 있는 오목조목 작고 귀여운 엄지공주 같은 친구들이다.

동생은 1초 늦어도 언니라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늘 같이 놀기 원한다. 언니는 집에서 동생이라 봐주는 면도 많았을 테고, 징징거리는 거 엄마, 아빠 눈치 보며 받아주기도 했을 테니.

원에서는 다른 친구와 놀기를 원하는 듯하다.


쌍둥이 중 언니가 단짝 친구와 미끄럼틀을 타고 놀다가 부딪혔다며 울먹이며 다가온다. 부딪힌 곳을 봤더니 조금 빨간 것만 빼고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서러운 듯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다.

다친 곳이 많이 아픈가 싶어 깜짝 놀랐다. 다시 옷을 걷어 올리고 등을 들여다봐도 조금 빨갛던 것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 쌍둥이 언니인 H가 동글동글 큰 이슬방울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회사에서 일하고 계실 아빠 말이 떠올랐다는 거다.


“선생님, 오늘이 우리 아빠 생신인데요, 아빠가 말했어요. 아빠에게 최고의 선물은 너희들이 다치지 않고 잘 노는 거라고. 그런데요... 엉엉... 내가 이렇게 다친 걸 안다면 우리 아빠 마음이 너무 아플 거 같아요. 엉엉...”

그러면서 더 크게 소리 내어 우는 것이다.


난 가끔씩 이 꼬맹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할 말을 잃고 멍~ 해질 때가 있다. 지금처럼 마음 깊이가 어른 못지않다고 느껴질 때 말이다.


종일반인 쌍둥이 자매는 5시가 넘어야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 아빠는 일 다니시고, 할머니께서 챙겨 주신단다. 반일반만 하고 가면 할머니께서 챙겨줘야 할 게 많아져 힘이 드실 테니 조금이라도 하원 시간을 늦췄을 것이다. 반일반만 하고 하원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시절도 있었을 텐데...



엄마, 아빠들은 하루 종일 기관에 맡겨놓고 시시 때때 아이들 생각을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쯤이면 밥은 먹고 놀고 있는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간식은 또 잘 먹었는지, 마스크는 잘 쓰고, 손은 깨끗이 씻고 지내는지 등


아빠의 바람이자 생일선물로 받고 싶을 만큼 소중한 건 아이들인 너희가 다치지 않고 잘 노는 것이라고 말했을 테고, 그 바람을 지켜주고 싶은 맘 예쁜 아이의 마음.

놀다가 부딪혔는데, 그걸 아빠가 알게 된다면 너무 맘 아파할 거 같단 생각에 엉엉 눈물이 났다는.


이런 효성 깊은 따님의 말을 듣노라면 내 맘이 찡해져 온다. 종일반 하느라 하루 종일 원생 활하며 지내는 너희들이 안쓰럽고 대견한데, 아빠 맘까지 헤아리는. 엄지 공주같이 작은 아이가 거인처럼 보이는 것이다.


다치지 않아 아빠 걱정 안 할 거 같다고 했더니 그제야 두 손으로 눈물을 쓰윽 닦으며 금방 해맑은 목소리를 낸다.

“선생님, 아빠 생일 선물로 뭘 사주면 좋겠어요?”

H가 이다음 커서 돈 많이 벌게 되면 그때 선물 사줘도 된다고 했더니 지금까지 벌어둔 돈이 68만 원이나 된단다. 설날마다 세배하고 추석날에 번 돈이 그렇게 많다며.



“H가 이다음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 열심히 일한 뒤 번 돈으로 아빠 선물은 사 줘도 돼. 지금은 아빠께 그림도 그려주고 편지 써주면 더 좋아하실 거 같아.".

“아, 선생님 거기에 더 좋은 생각이 있어요. 아빠께 돌 친구도 선물할래요. 아빠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우와!! H의 아빠께서 올해 최고 생신 선물을 쌍둥이 자매로부터 받게 될 거 같은 기분 좋은 예감.

언니가 하면 쌍둥이 동생은 무조건 따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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