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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Oct 22. 2021

네이버가 알려주는 4년 전 오늘, 6년 전 오늘 사진.

사진은 살아 숨쉼이다.

휴대폰 속 화면 창들 중 네이버로 들어가다 보면 종 모양에 숫자 불이 켜질 때가 있다. 뭔가 해서 눌러보면 쇼핑 라이브 한다는 것이 주를 이루고, 가끔씩 4년 전 오늘, 6년 전 오늘 찍었다며 몇 장의 사진을   펼쳐 보인다.


여러 장 찍었을 텐데, 단출하니 슬라이드로 한 장에서 몇 장 정도 보여주니 금방 휘리릭 넘겨보기 좋았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걸 기억할 거 같다. 현실은 조금 전의 일과 어제 일도 옛일처럼 까마득할 때도 있고, 아예 그 일이 있기나 했나 싶을 만큼 기억조차 안 날 때가 많은 건 나이 탓만은 아닐 테지  


지난 사진을 보는 순간, 잊힌 게 아니라 차곡차곡 저장된 기록처럼 선명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고, 이 사진을 언제 찍었나 싶은 것도 있다.


며칠 전, 올려준 사진 중에 두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한 장은 납작한 단감이 가득 든 사진이고, 또 하나는 airbnb 창업자의 스타트업 이야기 강연이 있다는 포스터 광고 사진이다. 엊그제도 보내주신 외사촌 형님의 단감은 결혼하던 해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보내주신 사진이고, 스타트업 포스터 광고사진은 놀랍기만 하다.


그 당시 배움의 장소에서 만났던 아는 언니가 삼청동의 집을 고쳐 게스트하우스 공사 중이란 얘기를 들었었다. 언니는 외국인들이 여행 왔을 때 숙소로 이용할 거라고 전화로 알려왔다. 그땐 몰랐다. 그게 airbnb란 걸. 포스터 광고 사진을 찍고도 관심분야가 아니라며 스타트업 이야기 강연을 듣지 않았나 보다. 전혀 기억에 없는 걸 보니.

2015년 10월에 있었던 강연이었고, 대상은 공유경제 서비스 분야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예비, 초기창업자)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말뜻을 요즘에야 이해하고 있으니.


물고기 구피도 분양해 줬던 언니여서 공사가 완공되면 한 번 방문해 보리라 했었다. 쉬운 공사가 아니라며 서류상 오래 걸린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 후론 사느라 가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단감은 가을이 한복판에 자리할 때 약속이라도 한 듯  거름 듬뿍해서 잘 익힌 튼실한 감을 어김없이 보내주시는 외사촌 형님. 단감이 얼마나 싱싱하고 달고 맛있는지. 형님네 단감을 맛본 후 마트나 시장에서 나오는 감의 싱거운 맛도 알게 되었다.


친동생도 아닌 외사촌 동생인 그이에게 이렇게 맘을 쓰고 보내주시는 것도 다 울 시엄니 덕분임을. 고모 되는 시엄니께서 그 조카와 조카며느리를 오늘날까지 잘 챙겨주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은 거다. 부모 자식 간이라도 오고 가는 정이 있어야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기에.


우리 먹을 텃밭 농사짓는 작물에 정성을 쏟아도 쉽지 않은 수확물이다. 돈 사기 위한 농사라면 더 많은 정성과 신경이 쓰일 터. 일 년 내내 자식처럼 잘 돌봐 키운 녀석들을 해마다 보내주시는 덕분에 아삭한 단감을 잘 먹고 가을을 나고 있다.


사진 속 6년 전의 단감과 변함없이 올해도 보내주신 단감

누군가에게 선물 보내주심은 마음 씀이고, 정성이고, 사랑이다. 그것이 발자국과 맘을 내어 키운 거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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