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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23. 2021

블록으로 만든 CCTV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되었다.

다양한 놀잇감이 준비되어 있는 교실 안, 맘에 드는 교구를 선택해서 놀 수 있는 자유선택 놀이시간이다.  한 교구를 모두 함께 놀 수 없으니 하고 싶은 놀잇감을 선점할 수 있는 몸놀림이 치열해진다.


자유로이 늘어진 몸을 곧추 세우며 자기 이름  더 빨리 불리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는 아이들 모습이 민첩하며  재빨라 보이기까지 한다. 관심 있는 놀이가 제각기 다르다 해도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놀이는 있을 터이니.


정해주지 않는 놀잇감 선택이다. 성향이나 성격, 기질 차이일 수 있고, 성별 차이일 수 있다. 성별 차이가 가장 눈에 띄게 보이긴 하다. 여자 아이들은 선생님, 엄마놀이, 그림 그려 꾸미기를 즐기고,

남자아이들은 팽이 시합이나 레고 블록, 카드게임, 도형 맞추기에 주로 앉는다.

레고 블록이 쥐눈이 콩만 해서 끼우고 뺄 때 잘 빠지지 않는 게 있다. 그럴 때면 도움을 요청한다. 빼 주려고 옆에 섰는데, 앞에 앉은 아이들의 주고받는 대화가 흥미롭다.

“여긴 똥 사는 곳이야. 냄새나니까 방에서는 조금 멀리 있는 곳에 만들었어.”

“여긴 수영장, 가끔씩 넓은 거실이 될 수도 있어.”

“이건 cctv, cctv는 꼭 있어야 해.”

서로 주고받으며 손으로 뺏다 끼웠다 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건축가들의 대화를 듣는 듯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집 안팎을 만들고 꾸미는 중이잖는가.

 “cctv가 꼭 있어야 돼.”

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아무도 그걸 왜 만들어 란 말로 반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한 듯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일곱 살 아이들이 건축할 때도 그걸 꼭 설치돼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 되었나 싶어 난 조금 놀랐다.


다친 아이가 생겼는데, 본 사람 없이 순식간 이루어진 일이 있을 때 볼 수 있다. 잘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 다친 건지 상황을 확인해 볼 때 쓰일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누가 누구를 때려서 맞았다는데, 때린 사람은 아무도 아니라고 할 때, 물건이 없어졌을 때 등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거다. 형이나 누나 이야기도 들으며 대화 가능한 나이일 테니 cctv 자신이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할 설치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뉴스 시간 많이 등장했던 유아교사들이 멀쩡한 cctv가 있는 곳도 아랑곳 않거나 사각지대로 데리고 가 어른의 힘을 실어 어린아이를 내동댕이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을 볼 때면 그런 모습 보지 못하는데, 다 같이 욕을 먹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런 영향인지 아이들도 부드러운 손길과 거친 손길에 상당히 예민해져 있다. 자기 생각에서 선생님이 조금만 세게 만져도 거침없이

“선생님, 왜 때려요?”

하고 두 눈을 부릅뜨는 거. 그러지 않았다고 세게 만졌으면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해 보이니. 유치부 아이들이 이 정도이니 머리 다 큰 학생들은 더했으면 더할 테다.


아이가 블록으로 만든 cctv하나로 너무 멀리까지 와 버렸다.

곳곳에 달려서 지켜보는 cctv.

모두 안전하게 보호받고 지킴 받는 취지로 잘 쓰이는 도구를 아이들이 직접 블록으로 만드는 걸 보고 있자니 그것 없이도  잘 살았던 어린 시절이 많이 그립기도 하다.


세상이 이전과 다르게 변했으니 주변 설치물도 시대나 상황 따라 변하는 건 당연한 건가. 받아들이는 데  조금 시간이 필요한 사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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