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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22. 2021

작은 소망

본래 사용물을 그대로 쓸 수 있는 날을

기다리기나 한 듯 저만치 그들 소리가 들리자 방긋 웃는다. 엉덩이도 들썩인다.

그 맘 알기라도 한 듯 가슴 활짝 열어젖히고 와락 안기듯 그 속을 파고든다. 드디어 완전체가 되었다.


그래, 너희들이 있어야 제 구실을 하듯 존재의 위엄을 드러내는 곳이다.

놀이터. 이름 예쁘고 다정하기까지 한.


얼음 땡 놀이할 때 얼음이라도 걸린 듯 한동안 멈추었다. 맘껏 이용하면서 활기,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에 아이들 맘만큼 부풀었다. 놀이터도 아이들도.


어디서 바람이 분다. 키 큰 느티나무에서 후르륵 나뭇잎이 날리다 사뿐히 내려앉는다. 먼저 내려온 녀석들 많이 쌓여있다. 그 순간 딱 걸렸다. 아이들이 그걸 가만히 놔 둘리 없다. 작은 두 손으로 쓸어 모아 나뭇잎을 수북이 모으고 또 모은다.


침대를 만드는 중이란다.

잠시 후면 하늘 보이는 폭신 매트 위에 몸을 누일 듯. 생각만 해도 자유로워진다. 맨 땅에 몸을 구르고 엎드리는 녀석이 있긴 해도 쉽지 않다. 많이 개구쟁이여야 가능하다. 낙엽 매트를 만들면 많은 아이들이 해방감을 느껴볼 듯하다. 두 손으로 낙엽 쓸어 모으는 손이 바삐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듬뿍 쌓였다.



어렸을 때 여름 마당 한가운데 평상 위.

 누워 있으면 평화로웠다. 반짝이는 별을 이어보며 독수리, 거문고, 백조, 헤라클레스 자리가 어디메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밤하늘 별은 아니어도 꽉 짜인 프로그램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해 보길 바랐다.


역시 용기 있는 자 드러눕는다. 폭신하고 좋단다. 나도 누워 그 기분 느끼고 싶은데, 꾸욱 참았다. 하원 시간 맞춰 어머님들 하도 많이 나와 계셔서.


“무당벌레다!”

반짝이듯 빛나는 두 눈에 띄었나 보다. 모여라 종소리 울린 마냥 근처에서 놀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온다.

역시 아이들은 그 작은 무당벌레, 노린재 한 마리도 신기하다.

 그 작은 등딱지 위에 점이 도대체 몇 개 있는지 세어보기도 한다. 한참을 들여다보며 움직이는대로 따라다니더니 날아가 버리고 난 뒤에야 흩어졌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들어가야 할 시간, 누웠다 앉았다 하며 놀던 낙엽 매트를 하늘로 뿌려줄 참인가 보다. 두 손 가득 들었다. 일곱 살 아이들 꿈이 한가득 손에 쥐어 있는 듯하다. 하늘 높이  낙엽 날려 뿌려지듯 너희들 꿈도 맘껏 펼쳐나가길 맘 속으로 바랐다.


어느 순간 [들어가지 마시오]란 줄 끈의 경고가 다시 둘러쳐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뉴스를 보면 아직도 갑갑하고 답답해진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엔 아이들의 울며 웃으며 부르는 소리 끊긴 지 제법 되었다. 간간이 들려오던 초, 중등생들의 소리마저 기척이 없어졌다.

학교나 학원을 오가다 방앗간처럼 그네에 앉아 쉬며 친구랑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곳이었는데...


하루빨리 어른들도 아이들도 제자리를 찾아들어가는 날이 왔으면

 날아오르는 낙엽 속에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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