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맘 알기라도 한 듯 가슴 활짝 열어젖히고 와락 안기듯 그 속을 파고든다. 드디어 완전체가 되었다.
그래, 너희들이 있어야 제 구실을 하듯 존재의 위엄을 드러내는 곳이다.
놀이터. 이름 예쁘고 다정하기까지 한.
얼음 땡 놀이할 때 얼음이라도 걸린 듯 한동안 멈추었다. 맘껏 이용하면서 활기,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는 모습에 아이들 맘만큼 부풀었다. 놀이터도 아이들도.
어디서 바람이 분다. 키 큰 느티나무에서 후르륵 나뭇잎이 날리다 사뿐히 내려앉는다. 먼저 내려온 녀석들 많이 쌓여있다. 그 순간 딱 걸렸다. 아이들이 그걸 가만히 놔 둘리 없다. 작은 두 손으로 쓸어 모아 나뭇잎을 수북이 모으고 또 모은다.
침대를 만드는 중이란다.
잠시 후면 하늘 보이는 폭신 매트 위에 몸을 누일 듯. 생각만 해도 자유로워진다. 맨 땅에 몸을 구르고 엎드리는 녀석이 있긴 해도 쉽지 않다. 많이 개구쟁이여야 가능하다. 낙엽 매트를 만들면 많은 아이들이 해방감을 느껴볼 듯하다. 두 손으로 낙엽 쓸어 모으는 손이 바삐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듬뿍 쌓였다.
어렸을 때 여름 마당 한가운데 평상 위.
누워 있으면 평화로웠다. 반짝이는 별을 이어보며 독수리, 거문고, 백조, 헤라클레스 자리가 어디메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밤하늘 별은 아니어도 꽉 짜인 프로그램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해 보길 바랐다.
역시 용기 있는 자 드러눕는다. 폭신하고 좋단다. 나도 누워 그 기분 느끼고 싶은데, 꾸욱 참았다. 하원 시간 맞춰 어머님들 하도 많이 나와 계셔서.
“무당벌레다!”
반짝이듯 빛나는 두 눈에 띄었나 보다. 모여라 종소리 울린 마냥 근처에서 놀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온다.
역시 아이들은 그 작은 무당벌레, 노린재 한 마리도 신기하다.
그 작은 등딱지 위에 점이 도대체 몇 개 있는지 세어보기도 한다. 한참을 들여다보며 움직이는대로 따라다니더니 날아가 버리고 난 뒤에야 흩어졌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들어가야 할 시간, 누웠다 앉았다 하며 놀던 낙엽 매트를 하늘로 뿌려줄 참인가 보다. 두 손 가득 들었다. 일곱 살 아이들 꿈이 한가득 손에 쥐어 있는 듯하다. 하늘 높이 낙엽 날려 뿌려지듯 너희들 꿈도 맘껏 펼쳐나가길 맘 속으로 바랐다.
어느 순간 [들어가지 마시오]란 줄 끈의 경고가 다시 둘러쳐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뉴스를 보면 아직도 갑갑하고 답답해진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엔 아이들의 울며 웃으며 부르는 소리 끊긴 지 제법 되었다. 간간이 들려오던 초, 중등생들의 소리마저 기척이 없어졌다.
학교나 학원을 오가다 방앗간처럼 그네에 앉아 쉬며 친구랑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곳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