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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16. 2021

탈춤 추는 구름이라

생각에  날개를 달았다!

안팎이 들썩인다. 모두들 자연의 일부임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듯 말이다. 때마침 바람이 인다. 나뭇잎들 기다린 것처럼 그 바람을 부여잡았다. 얹히고 매달리고 붙잡듯 이리저리 돌다 뱅그르르 사뿐히 착지 성공이다. 박수라도 쳐 주고 싶었다. 무섭다며 아직 매달려 벌벌 떠는 녀석들 세찬 바람 부는 날 눈 질근 감고 단박에 내려오면 두려움이 조금 가시려나.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산책길 모아 놓은 보물들을 가지런히 교실에 풀어놓았다.

 일곱 살 친구들이 꾸며보는 나의 정원이라. 어떤 생각을 담은 이야기로 탄생시켜낼지 궁금하다.


바람을 타고 내려올 날 기다리는 나뭇잎만큼 아이들은 매개체가 뭐든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 한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아이들이 정원 꾸며줄 재료들을 잘도 챙겨간다. 4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 집과 정원이 모두 다를 것이다. 먼저 몇몇 친구들 이야기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본다.


원하는 나이, 함께 살고 있는 사람, 하는 일은 모두 자유로이 정하도록 하였다.


첫 번째 H의 작품. 여덟 살인 H가 창 밖으로 보이는 연못의 오리들을 바라보고 있단다. 엄마, 아빠, 오빠, 아기 오리에 대추로 만든 할머니 오리까지 보인단다. H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들 아하! 했다. 대추의 쭈글쭈글함이 할머니를 떠올리게 했다는 거다. 여덟 살이라고 한 걸 보면 얼른 초등학생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두 번째 L의 작품. 일곱 살인 현재를 생각한 거 같은데, 그림을 그려놓고 보니 네 살 때의 모습이란다. 양갈래로 땋은 머리는 네 살 때 사진 속에서 봤던 모습이라니. 창 밖으로 탈춤 추는 구름을 보고 있는 네 살배기 L. 탈춤공연을 하고 나더니 잔상이 아직 머릿속에 남았나 보다. 구름이 한삼을 끼고 있는 모습이라니. L의 상상력이 날개를 달고 있다.


세 번째 작품은 축구를 잘하고 좋아하는 C. 스물한 살 청년이 된 모습을 떠올렸다. 축구를 찰 수 있는 정원을 꾸미고자 했단다. 뜻대로 되지 않자 땅에는 감자를 심었다. 청년이 심고 가꾼 감자를 도토리로 표현해 주었는데, 댕글댕글 많이 달려 있다.


네 번째 작품을 만든 N은 종이를 받자마자 울타리를 치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이 집을 먼저 정해놓고 정원을 꾸미는 것과 달리 울타리부터 쳐놓고 집은 마지막에 그려 넣었다. 미완성의 작품이라 완성한 뒤 작품 설명해 주겠단다.


다섯 번째 작품은 현재 나이와 같은 일곱 살 아이가 땅 속의 지렁이와 개미를 키우면서 살고 있는 모습. 지렁이를 잘 보지 못했을 텐데,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방기다.


여섯 번째 작품은 귀여운 병아리를 키우고 있는 K의 집과 정원을 꾸미고 있는 중에 어머니께서 데리러 와 미완성 작품이다. 마무리 후에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일곱 번째 작품. D는 넓은 잔디가 있는 정원을 꾸미고 싶어 했다. 집은 동동 잔디 위를 떴다 내렸다 할 수 있다니. 이런 집 앞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여덟 번째 작품  꽃잎 흩날리는 연못 위에 있는 집. 주변에는 대추로 만든 개구리가 개굴개굴 금방이라도 뛰어오를 거 같은 생동감이라니.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정원이 있는 집을 그릴 때

"아파트 그려도 돼요?"

하고 묻더니 정원이 있는 집은 아파트가 견적이 나오지 않나. 아파트를 그리지 않고 굴뚝에서 연기가 몽글몽글 나는  운치있는 집들을 그려냈다.


늘 놀랍지만, 일곱 살은 작은 어른 못지않다. 상상 속 이야기가 현실로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생각에서 나온 멋진 이야기도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더 많은 아이들이 생각을 더해갈 텐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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