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시간, 바나나를 포크로 집다 말고 지나가는 나를 P가 손으로 잡아 끈다.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하나만 물어볼게요.”
누구든 붙잡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P다.
다른 선생님께도 그렇게 하였을 터인데, 두 가지 듣기에는 길다는 눈치를 보냈나. 시작도 하기 전 하나만 물어본단다.
어서 물어보라는 듯 눈짓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다 싶은 P가
“선생님, 몇 년생이에요?”
‘요 명랑한 녀석 좀 보게나.’
지난번 나이를 물어보았더랬다. 유치부 아이들에겐 마흔도 쉰도 심지어 서른도 까마득한 먼 훗날처럼 느껴진다는 걸 알기에 싹둑 잘라
“스물아홉.”
대답을 한 기억이 난다. 스물아홉이란 나이가 많다고 느껴지긴 해도 좀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 거 같다. 그러면서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우리 아빠는 마흔셋인데...”
‘뭐지, 아빠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얘긴가.’
속으로 뜨끔거렸더랬다.
아무리 앞뒤를 봐도 스물아홉은 아니었던가. 요 녀석이 이번엔 몇 살이냐여 나이를 묻지 않고
몇 년생이냐고 물어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울 따닝과 아드닝의 나이가 이십 대이니 몇 년생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어찌 된 게 바로 입으로 나오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걸 눈치챘나.’
다음 말이 내 배꼽을 벌렁거리며 웃게 했다.
“괜찮아요, 선생님. 우리 할머니는 71세예요.”
‘요 녀석 좀 보게나. 뭐가 괜찮다는 거지?
할머니께서 칠십에 하나를 더한 71. 그보다는 적어 보이니 안심하라는 건가.’
이실직고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 P가 말한다.
“선생님, 우리 할머니도 칠십 한 살은 아는데요, 몇 년생인지는 잘 몰라요. 선생님도 몇 년생인지는 잘 모르시겠죠?”
“어어, 간식 얼른 먹자.”
괜히 잘 먹고 있는 간식 얘기로 말머리를 돌렸다.
‘P야, 선생님이 맘의 나이를 말한 건데, 그래도 괜찮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