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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25. 2021

적절한 감정표현

적당하게,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해.

“후우~ 후우우 

후우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크게 만들고  싶어 바람을 더 넣다가 결국 빵 터지고 말았다.

고무풍선 하나 불어 가지고 놀 용도이든 행사 장식으로 사용하든 적당히 불어야 하는데, 욕심을 부리다 만져보지도 못하고 펑 터져 버린 것이다.


어디 풍선 하나만 그럴까. 우리가 하는 말이나 행동하는 모든 것이 살얼음판처럼 어디서 터질지 모르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과 지내는 일도 다를 바 없다. 언제 어디서 빵! 펑! 소리를 내며 터질지 몰라 선생님들이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같이 생활하는 것이겠지.


여러 아이들이 있지만, 아슬아슬 불안한 곳이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 때 악 소리를 내지르거나 손, 발이 먼저 올라가는 아이가 있는 것이다. 잠시 잠깐 한눈 팔았다간 치고받는 지경까지 이르니 분쟁 조절 지킴이가 지키듯 두 눈은 아이들을 향해 주시해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날카로움과 신경전. 항상 신경질적인 큰 목소리 내는 아이의 행동을 잘 관찰해 보았다.


둘이 앉는 책상에 K와 L이 나란히 앉아 한자 수업을 하고 있다. K가 책상을 앞으로 당기다 L의 발가락이 약간 끼었나 보다.
 다짜고짜 옆 친구를 쏘아보며

“날 찧었어?”

발이 낀지도 몰랐던 K가

“안 찧었어.”

더욱 격앙된 목소리를 내며

찧었거든.”


두세 번의 빠른 말이 오가다 L이 팔꿈치로 옆 친구를 치듯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앞으로 당긴다. 이쯤 되면 K기분도 상당히 나빠져서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다. 처음부터 K와 L을 보고 있어 어떤 상황인지 알게 된 모습이다. 대개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을 어느 한쪽이 씩씩거리거나 울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면 알 때가 많다. 그땐 이미 자기 입장에서 얘기할 때가 많은 거다.


L은 바깥에서 축구나 자유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큰 소리가 날 때가 많다. 공을 차다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다리가 건들리면

“야아, 왜 내 다리를 차는 거야?”

버럭 소리를 지른다. 마스크를 껴도 소리가 짜랑짜랑하다. 더 큰 소리를 내기 위함인지 마스크를 내려 소리 지를 때면  유치원 건물이 찌익 흔들리는 듯하다.


축구에 몰두해 있는 아이들은 공을 따라다니기 바쁘다. 부딪히고 차이는 일은 허다해서 많이 아프지 않은 한 그냥 넘어간다. L은 한 번 건들릴 때마다 소리를 아악 지르는 거다. 즐겁고 신나는 축구가 L의 사사건건 질러대는 악 소리로 얼음물을 껴 얹듯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이다.

자기는 찬 적이 없다, 찬 거 맞다로 실랑이가 끊이지 않는 거.


L의 친구들과 좀 다른 예민함과 신경질적인 반응이 왜일까 생각 해봤다. 얼마 전, 터울 많은 동생이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 영향인지 엄마가 신경질적으로 대하는지 알 수는 없다.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화가 날 때 악 소리가 저절로 나온단다.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단다.


머리 커지고 생각 커진 친구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별거 아닌 일로 벼락을 맞듯 신경질적으로 내는 소리를 듣고 이해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잠시 평화롭게 잘 노나 싶어 고개 돌려 볼 즈음, L이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선생님, H와 G가 저랑 안 논대요.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요.”

화를 있는 대로 내고 있으니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소리를 버럭 지르지 않을까, 상처 받으며 가까이하기 싫다는 아이들의 반응인 것이다.


언제 어디서 뿔이 튀나와 받을지 모를 거 같은 아이. 배려나 이해, 양보의 맘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늘 으르렁 싸울 태세가 느껴지는 친구를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L, 친구 잘못을 일러바치는 일은 계속하면서 자기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를 외치면 쉽지 않아. 친구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일이 말이야.

어린 친구들도 모두의 감정은 소중한 거니까, 적절하게 감정표현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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