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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30. 2021

나도 보석 하나쯤 지녀야 할 때

토파즈든 자수정이든

미술수업 준비 중이던 P는 오늘도 역시 두 눈을 반짝이며 내 손을 잡는다.

할 말이 있다는 신호처럼 언제부턴가 감이 왔다.


P를 내려다본 순간,

‘아차! 츄리닝 복 위에 매달린 목걸이를 미리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매달고 있던 목걸이를  매만지며

“선생님, 이 목걸이 이름이 뭔지 아세요?”


‘나란 사람 말이야. 보석, 보물 이런 거 걸거나 낀 게 없어서...

오히려 갑갑해하고 답답해한단 말이지.’

머뭇거리는 걸 눈치 빠른 녀석 놓칠 리 없지. 자문자답하며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하기까지 한다.

“토ㆍ 파ㆍ ㆍ

단박에 알아듣지 못했다.

웃음이 났다. 보석 이름 하나 모르고 있다는 것에 뭐하고 살았나 싶었던 거다.


하나의 질문으로 끝이 날리 없다. 다음 질문에 대비할 새도 없이 벌써 당도해 있다.

“선생님, 토파즈는 몇 월 탄생석인지 아세요?”

아뿔싸, 물병자리, 처녀자리, 물고기자리 등 달이나 월마다 별자리 이름은 들어봤어도 보석의 탄생도 있었다니.

“어~어~”

알고 있는 걸 떠올려 내느라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으려나. 아무 달이나 말하면 그것도 모르는 선생이 될까 봐 멈칫거리는 거였다.

“11월이에요.”


점점 질문 수위가 올라가는 중이다. 또 물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다.

이쯤 되면 나도 틀리기 대마왕이 되었고,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토파즈의  탄생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번엔 모를 것을 미리 짐작한 P가 객관식으로 낸다.


1번 행복, 2번 사랑 3번 건강 4번 행운

자신 있게

“2번 사랑”

보기 좋게

“땡!! 3번 건강. 이 목걸이하고 있으면 건강해진대요.”

가까스로 어렵게 끝이 났구나 했다.


“선생님, 생일이 몇 월 달이에요?”

‘지난번 나이에서 생일 달까지..’

“2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정말요? 저도 2월인데. 2월의   탄생석이 뭔지 아세요?


‘난 뭐하고 살았나. 자기가 태어난 달의 보석 이름도 모르고.’

이거야, 갈수록 태산이구먼. 여지껏 하나도 맞추지 못했으니 모른다고 미루어 짐작하나 보다.

“자수정이에요.”


이번엔 내가 먼저 물었다.

“자수정의 의미는 무엇이던고?”

거기까진 읽은 바가 없나 보다.

“행복일까, 행운일까?”

검지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어  갸웃거리고  있는 거다.

그것으로 끝이 나고 미술수업이 시작되려 한다.

P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몸에 지니는 보석이나 보물들이 의미가 있고, 그 뜻은 다 좋은 말들로 이루어진 듯하다.

남자아이가 목걸이를 하고서 좋아하고 기뻐하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나도 토파즈든 자수정이든 하나쯤 지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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