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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Dec 01. 2021

일곱 살 P군의 고민

아직 더 나아가야 한다.

오늘은 무슨 얘기가 으려나 내가 먼저 살피게 되는 건 어느새 P군에게 길들여진 것임에 틀림없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P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마스크 너머 입을 옴짝달싹 하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왠지 부자연스럽다.

두 눈을 마주하면 얘기가 바로 시작되는 평소와 다른 것이다.


“선생님, 어금니가 나려면 살이 덜렁거려요?”

옆에 있던 종이를 접었다 펴 보이면서  그런  모양으로 혀를 갖다 대면 살이 덜렁덜렁.

 자꾸만 혀가 그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유치가 여기저기 빠지고 어른이가 활발히 나고 있는 일곱 살. 저기 안쪽에선 어금니도 나고 있었던 것이다.


급식이나 간식 먹을 때 보면 덤성덤성 빠져 있는 모습들이 왜 그렇게 귀여운지... 자기들끼리는 서로 할머니 할아버지 같다며 키키득거리며 웃고  있지만.


어금니와 사랑니 4개 모두 다 살아있는 나로선 자주 경험해 보던 일이 아니던가. 사랑니는 아주 늦은 나이까지 올라오고 있었으니. P의 지금 말하고 있는 그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아차리겠다는 거. 어제의 토파즈 탄생석의 이야기 때와는 다른 반전을 만회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P야, 선생님도 그런 적 많았어.”
 “자꾸 혀가 그쪽으로 가서 만지게 되니 불편해요. 그걸 뜯어버리면 안 될까요?”

“그걸 떼 내면 굉장히 아플 거야. 어금니가 나올 무렵이면 덜렁대던 것도 어느 순간 없어지더라. 완전 자동. 조금 불편하겠지만, 혀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어때?”

이 말도 안 되는 경험담을 얘기해 주었다.


그건 해결이 된 듯 호주머니를 뒤적인다.

어제 입었던 옷과 달라진 하얀 티 위엔 반짝이던 토파즈 목걸이는 걸려있지 않았다. 옷이 바뀌면서 집에 두고 왔을 거라 생각했다.


호주머니 든 걸 간신히 꺼낸 걸 손 위에 펼쳐 보이며

“선생님, 왜 여자 애들은 목걸이를 하고 있으면 여자가 하는 걸 하고 있다고 놀리는 걸까요?”

‘아, 그랬구나.’

남녀 하는 일 구분 없이 변한 시대 살고 있는 너희들이라고 생각한 게 아직 멀었구나. 더 가야 하는구나 싶었다.


축구를 할 때도 여자 남자 같이 해도 아무렇지 않고 파마도 가끔씩 남자아이들 하고 오고.

치마를 입거나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친구는 아직 아무도 없긴 하다.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배우고 있어 그런 기준은 조금 무너졌으리라 생각되는데, 그건 아이들의 생각일 뿐이고.

키우고 돌봐주는 이는 먼저 살고 계신 어른들이니까.


P에게 하는 말을 옆에서 들었더라면 여자든 남자든 장식용 목걸이 기호에 따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해줬을 텐데. 다른 선생님들도 듣지 못했나 보다.


어제의 당당하게 매달고 다니던 P의 모습은 어디 가고, 꺼낸 목걸이를 목에 걸어 옷 속으로 살짝 밀어 넣고 총총히 걸어갔다.


‘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받아 든 느낌이 드는 걸까?’


남자 여자 구별법, 하는 일, 놀이, 몸을 장식할 수 장신구는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그리고  얘깃거리  무궁무진한  울 사랑스런 P군의  얘기들.

 낙지볶음집으로  바쁜 나날  보내시는  엄마아빠  대신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봐주시는데,  졸업하는 날 P군의 얘기를  전해드리는  건  어떨까 엉뚱한  상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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