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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24. 2021

가시 있는 꽃, 장미

고혹적이고 그윽한 향 [제 24회 토채보 미술관 전시작품]

'예쁘고 아름다운 꽃 중의 최고는 무슨 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누군가  물어본다며 주저없이

'검붉은 장미꽃입니다.'

대답할 것입니다.


노랑도 핑크도 무지개도 아닌 검붉은 장미꽃. 줄기 부분엔 뾰족한 가시 있어 호락호락 가볍지 않을 테고, 이파리 둥근 타원형이 부드럽고 고운선을 연상케 합니다. 그윽하고 매혹적인 향으로 겹겹이 싸인 장미꽃. 매력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그 아무리 어여쁜 꽃도 따라올 자 없다고 여겼습니다.


어느 날부터 라넌 클러스, 리시안셔스, 스타티스, 델피늄 등 이름도 어렵고, 영국 황실에서나 볼 듯한 우아한 꽃들이 등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명품 꽃들을 앞줄에 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슬그머니 장미꽃도 쭈뼛거리며 물러서며 뒷자리가 자기 자리인 냥 내빼진 그 자리에 우두커니 때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습니다. 속상하고 서운한 맘 가득했을 거란 걸 어찌 모르겠습니까.


전 세계 장미꽃들의 팬이 얼마나 많았게요. 팬심이 가득한 팬덤들이 움직이며 꿈틀대기 시작하던 어느 날. 장미꽃의 고혹적인 매력을 맘껏 발산하며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장미꽃의 우수종자를 결합하고 다시 재조합하여 자연향에 가까운 향수를 채취하는 이상으로 들인 연구진 노력 덕분일 겁니다.

홀로, 둘이, 때론  여럿이 어우러진 장미꽃들이 사람들의 추억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였고, 그 어떤 꽃의 맵씨를 앞질렀습니다.


많은 이들은 다시 돌아온 장미를 반기며 그 옛날 전성기 때 이상으로 환호해 주었습니다. 어떤 꽃과 비교할 수 없는 우위라며 기뻐하고 즐거워했습니다. 보드라운 꽃잎의 살결과 그 향기에 취해 봄과 여름, 가을의 끄트머리까지 와 있습니다.


겨울은 쉼의 계절입니다. 내년 봄에 더 많은 가지 뻗어 올릴 것이기에 팔다리가 부러진 듯한 큰 아픔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 아픔 없이는 새 가지 위에 피울 꽃송이는 기대하지 못함을 아는 것일 테니까요.


기꺼운 마음으로 묵묵히 받아들이는 듯. 사실 그게 꽃 입장이 아니라 저의 관점 일지 모릅니다. 꽃이 직접 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듣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지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어디 있겠어요. 나의 손가락, 발가락 같은 존재들이여. 그들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답니다.’


묵묵히 밀려드는 서러움과 외로움을 견디며 참았을 장미꽃이여. 그대는 꽃 중의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꽃임은 틀림없습니다.





제24회 토채보미술관


가시 있는 꽃, 장미

장미꽃의 씨앗이 이렇게 생긴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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