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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04. 2020

       참 좋은 친구 만날 생각에

언제나 생각나는 친구

TV에서 눈만 뜨면 여행 가라 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리운 아~~ 옛날이여!’가 됐지만 말이다.

여긴 이러이러해서 좋고 저긴 저러저러해서 좋다며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화면 가득 채웠다.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싱싱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도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했다.

온몸에 칭칭 감고 사는 긴장, 조바심, 초조, 불안 등을

오일로 몸 전체에 바르고 릴랙스 하게 마사지하는 모습을 보았다.

몸을 편히 쉬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에 맘은 현지에 달려가 있다.   

 

숨 가쁘고 고단했던 몸과 마음을 여행하면서 풀어줘야 된다며

광고를 수시로 할 때였다. 

그걸 본 사람들은 패키지 특가에 얼마가 싸다는 등 휴대폰을 누를 수밖에

유혹의 손길은 당장 일상을 벗어나고픈 맘과 딱 맞아떨어졌으니.    


“베트남 하노이 어때?”

그 새 내 맘을 읽은 건지, 그이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TV 광고를 눈여겨보던 그가 물었다.

“콜! 좋지.”

말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버튼을 누르고 있다.    

마침, 나는 1월 첫 주가 방학이라 가능했고,

그이는 4박 5일 휴가를 내어 다녀오면 되는 거였다.

어디든  떠난다는 자체만으로 좋았고, 

점점이 떠있는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섬들을 만나고 오면

꿈꾸는 꿈도 아름답게 수 놓일 듯했다.    


드디어, 출발하기로 한 날 일찌감치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나야 시간 맞춰 가고 싶었지만,

항상 먼저 가서 기다려야 그이의 마음이 편한 것을 어찌하랴!

시간 내에 도착하면 떨구고 가지 않을 텐데...

몇 시간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못마땅하지만, 

모처럼 잡은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기에 어지간하면 맞추려고 한다.

역시나 일찍 도착하여 밥 먹고 인천 공항 내를 빙 한 바퀴 돌며

아이쇼핑을 해도 시간이 남아돌았다.    


어느 여행사에서 모집한 패키지여행이라  단체가 모이기로

한 약속 장소로 걸어갔다.

한 부부가 먼저 와 있었다. 

우리는 단체 일행일 거라 직감하고 먼저랄 것 없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두 부부의 운명적인 만남이 될 거라 그때까지 몰랐다.

통성명 정도 오가고, 나이에서 게임 아웃.

우리는 다들 동갑이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같은 문화만으로 공감대 형성이

이미 되어버렸다.   

  

우린 지인들께 나눠줄 망고 과일 말린 거 여러 봉지이었다면 

쇼핑한 카트 속의 짐이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있었다.  

해외로 이사 가냐는 눈빛을 읽었는지 홍삼을 조금 샀단다.

 세무사인 남편 사업을 이어받을 아들과 딸이 

2년 3년째 세무사 공부 중이라 안쓰러워 먹일 생각이라는 거다.

“난 두 부부 나이 먹었다고 밥 대신 먹는 줄 알았네.ㅋㅋㅋ”  

  

여행 다니는 내내 우리 두 부부는 함께 다녔다. 

50년을 넘게 다른 곳에 살았지만, 삶을 지향하는 코드가 잘 맞았다.

다른 팀들과도 잘 어울렸지만, 나이도 똑같고 이야기 나누기가 편했다.    

부부의 삶이 서로 평행선인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는 거

맞춰 사느라 힘들겠다며 토로하는 것도 똑같은 부부였다.

삐걱대기만 한 것을 조금씩 삐직삐직 맞추려고 늘 노력 중인.  

  

여행에서 돌아온 지 내년 1월이면 3년째.

친구가 된 미정이는

고등학교 수학교사로 좀 챙길게 많을 텐데...    

수시로 마음 다스리는 좋은 글을 보내준다.


맘의 바람에 이리저리 마구마구 흔들릴 때마다

중심 잡도록 도움 주는 친구.  


 내일 밤 우리 넷은 삼성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건데... 언제나 연락이 닿아도 맘 편한 친구들.     

참 좋다, 그들을 만날 생각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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