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Dec 21. 2021

일곱 살 사뿌님께 오늘도 한 수 배웠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학생들과 유아들까지 코로나가 퍼지고 있는 요즘,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스크가 헐거워져 코 밑으로 조금만 내려와도 선생님께 말하거나 친구에게 바로 이야기를 해 주는 것부터 시작인 셈이다.


급식이나 간식을 먹을 때나 물을 마실 때조차 제한된 시간에 한정된 공간이 마련되어 마스크를 벗는 장소가 최소화되게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필요한 말이 아니면 되도록 줄이고, 뭘 먹는 시간엔 아예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것으로 규칙을 지켜나갈 수 있게 잘 안 되는 것을 당부 또 당부하며 지켜 나가게 한다.


P의 안경 너머 동글동글한 눈이 반짝 빛났다. 나랑 눈이 마주친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 있는 게 느껴진다. 나중 바깥놀이 때 하라는 신호를 주었다. 주변 분위기를 읽은 P도 알았다는 반응이다.


P가 하는 말은 다 재밌고 웃겨서 지금 당장 듣고 싶은 맘 간절하지만, 참고 기다릴 수밖에. 바깥놀이 놀이터 나간 시간, 아이들이 날다시피 물 찬 제비 속력으로 뛰어가고 있을 때, P가 다가온다. 요 며칠 단속반에 걸려 꼼짝없이 지낸 사람처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선생님, 이거 알아요? 퀴즈 낼게요. 알아맞혀 보세요.”

“좋아. P가 내는 문제라면 뭐든지 맞힐 수 있지. 문제를 내주시게.”

일곱 살이 내는 퀴즈 정도야 맞추는 건 지극히 당연해 보이니 큰소리 빵빵 쳤다.

“캄보디아 수도는요?”

“어~ 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캄보디아 수도 이름을 알고 있는데, 순간 기억이 안 난 것처럼  어어 하다 보면 기억이 날 것처럼 시간을 벌고 있어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영리하고 개구진 P는 알아차렸을 게다.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그러면 하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수준을 알기라도 한 듯 조금 쉬운 걸 내야겠다는 난이도 조절을 하는 듯했다.

“선생님, 다음 퀴즈 낼게요. 몽골의 수도는?”

두 번 연속 까막눈처럼 앞이 캄캄해졌다. 세계지도를 볼 수 있는 지구본이 거실 옆 한 켠을 차지하고 있으면 뭐하나. 들여다 봐주지 않고 애정 있게 봐주지 않는 것을.

“가나의 수도는요?”

‘이 녀석이 아주 작정을 했구만.’

바로바로 나올 수 있는 나라 이름도 좀 있는데, 그걸 물으면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겠지. 그러면 퀴즈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가나의 수도 아트라

남아메리카 수도  프리토리아, 케이프타운, 블룸폰테인.


P로 인해 잘 알고 있는 나라지만, 수도는 몰랐던 나라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어느 순간 암기하고 있다.


가끔씩 P는 묻는다.

“선생님, 지난번 제가 보여준 보석 이름이 뭐였어요?”

당시에는 생소한 보석 이름 외느라 바짝 신경 썼을 건데, 세계 여러 나라 수도를 외면서 뇌 저장고에서 잠시 빠져 버렸나, 나에게 다시 묻는 것이다.

“토파즈!”

알고 있는 걸 물어봐 주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P도 생각난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수도 이름 외기도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던데, 어느 날 갑자기 보석 이름 물어보듯 물어올 거 같다. 그때도 한 번 읊었던 걸  어어~ 하면 안 되니 꼭꼭 외우고 있어야 할 거 같은.


각 나라 수도 외워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명언을 쏟아낸다. 어색하고 불쑥 끼이지 뭐할 때 퀴즈 내기 좋단다.

친구들은 퀴즈 답 맞추기 고민에 빠져들고. 캬아, 밍숭맹숭한 자리에서 말문 트이기 좋은 방법임을 깨닫고 나라 수도를 하나하나 섭렵해 나가고 있는 P에게 오늘도 한 수 배운다.


어색해서 내가 언제 어떻게 여기 끼일까 고민될 때는 퀴즈 내며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무리 속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우아한 선생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