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벽면 가득, 복도 구석진 곳곳에 트리가 내걸렸다. 출입문 앞엔 산타 썰매와 루돌프가 선물 가득 싣고 아이들에게 다가올 것만 같은 설레임이 12월 내내 계속되고 있는 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분주한 손놀림이 있는 것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길만큼 아이들은 꿈과 희망에 부푼 가슴으로 하루하루 손꼽는 기다림의 시간이 되고 있을 테고.
저마다 선물 한 가득 가져다 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다녀갈 것을 떠올리며 한 밤 또 한밤을 손가락으로 꼽으며 잠자리에 들 주중이다.
엄마나 아빠가 산타라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긴 하지만, 아직도 깊이 잠든 시간 살짝 다녀가시는 산타의 존재를 믿는 아이들도 있으니. 커가면서 알게 되더라도 어릴 때 그런 기분 좋은 기억창고를 한 번쯤 떠올리며 미소 띄며웃을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되기에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화려하고 반짝이며 추운 날을 따스하게 보내는 이들이 있는 또 다른 곳에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알려주는 귀한 시간도 가진다.
사랑의 저금통엔 한 닢씩 차곡차곡 모은 동전의 무게감이 묵직해질 즈음이면 크리스마스는 코 앞이다.
모은 돈으로 불쌍한 또래 친구나 할머니, 할아버지께 도움의 손을 보태는 그 꼬마 손들. 뭔지 모르고 시작한 일이 다시 한번 불우한 이웃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혼자서는 방법도 용기내기도 쉽지 않을 텐데, 다 같이 함께 하니 쉽다. 불우한 이웃이 소외되지 않게 돌아보고 도움의 손 잡아주는 마음 품이 한 뼘 쑤욱 자라는 아이들의 맘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올 크리스마스는 다른 어느 해보다 의미 있으리라. 유아기 때의 마지막 성탄절. 곧 초등학교를 들어가는 대변화의 시작이 될 터이니.
노련하고 익숙했던 유치원 생활에 대비해 낯설고 서툰 학교생활이 되기 전, 일곱 살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날 가족들께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통점이 많았다.
닌텐도 게임이나 다이아몬드게임을 엄마나 아빠가 같이 하자고 말해 줬음 하는.
아빠는 이놈으 쓱기(이놈의 새끼)란 말은 안 했으면 하는 부분에선 얼마나 속상하셨으면. 야단하는 사람도 꾸중 듣는 아이도.
H군은 할아버지께서 집에서 자고 갈게. 대목에선 내 맘도 무너졌다. 자기 집에서 자고 가는 일이 절대 없기에 그런 말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끄응.
할아버지가 용돈 오만 원짜리 100개 줄게.
J군은 할머니가 용돈 1,000,000원 줄게. 그걸로 가방이랑 옷 사라고 주는 거다.
말해주면 좋겠다는 L군과 J군.
할머니, 할아버지 되어도 경제력이 있어야겠군. 끄응.
일곱 살 친구들이 맘 속으로 생각하는 듣고 싶은 말을 듣다 보니 내가 가족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이 : 연말이라 며칠 걸릴끼다. 내가 티파니 앤코 목걸이 주문해 놨다.
울따닝 : 엄마, 남자친구가 프러포즈했어.
울 아드닝 : 어무이, 저 입사 원서 낸 곳에서 연락 왔어요. 취직이 되었습니다.
생각하고 적어 보는 것으로 기분 좋아지는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아이들도 적으면서 기쁨을 느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