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Dec 29. 2021

D-day 4일.

여덟 살 형님 되려면

살아가면서 그 나이가 되고 싶어 손꼽아 기다리는 때가 언제였을까?  있기나 했을까 싶게 별로 기억이 없다.

몇 살인지는 몰라도 얼른 어른이 되어 뾰족구두 신고 다녔으면 정도일까.  지금은 더욱더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걸 까먹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이 세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P군이 친절하게 몇 년생이며 나이로 하면 몇 살이냐 물어주는 통에 애써 되새김질하듯 뱉어내게 되었다. 덕분에 정확한 나이를 헤갈려 않고 제대로 알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곳에선 쫘악 펼친 손가락을 접어가며 기다리는 곳이 있었다. 그 나이가 얼른 되기를 말이다.

다름 아닌 일곱 살 친구들. 8살 형님이 되려면 D-day  4일이란다.

여덟 살 씩이나 될 형님들은 모두 어깨의 볼륨이 한껏 들어가 있다. 그 볼록한 볼륨이 부풀대로 부푼 어느 날, 날개 달린 듯 날아갈 테지.

마치 강물에 노닐던 물속의 생명체가 큰 바다로 나아가는 형상인 것처럼.


기대와 부푼 가슴 설레임 한 가득이다. 그러다 문득 유치원과는 많이 다른 초등학교 형님이 되면 뭐든 잘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에 이르면 걱정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기도 하고.


가보지 않고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는 기대와 걱정 붙어 한 몸처럼 지내는 동전의 양면 같은 거.


지난 6월이 끝나갈 무렵 일곱 살 친구들과 만남이 시작되었다. 한글을 잘 아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전혀 모르는 아이도 몇몇 있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자유자재로 쓸 정도로 한글을 이해하는 친구도 낱말 읽기와 쓰기를 통해 어려운 글자를  익혀 나가고  있는 중이었으니.


모두가 글쓰기란 이름으로 마음속의 생각을 는 건 무리였다.

 

읽기는 읽어도  글 내용이  이해가 안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어려운 글자는 겨우 보고 따라 쓰는 정도였다.


거기에  자기생각을  쓰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맞지 않는  거. 어른이나 아이나 자기 생각이나 느끼는 바를 쓰기에는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고통을 수반하는 최고의 감정 노동이기에 힘든 작업임이 틀림없다.


 마음이야기라는 제목처럼 마음속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림으로 그려나갔다.  자신감이 조금 붙었을  때 글로 써 보기로  했다. 즐겁고 재미있게 따라와 주다가 쓰기를   때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금이야 지나온 걸 넘겨보며 뿌듯해하는 맘이 큰 것 같다. 잘 쓴 친구도 별로 쓰지 못한 친구도 각자 자기 수준에서 최선을 다한 것일 테니.


일곱 살 적 맘이 커가는 모습이 궁금할 땐 마음이야기 책인 너희들이 만든 것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쓰다가 모르는 글자를 물어오면 가르쳐 주고, 혼자 쭈욱 써 놓은 글은  틀려도 고쳐주지 않았다. 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맞춤법은 다 알아갈 테고,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화장실 갈 때 들고 가서  읽으며 얼마나 키키득거릴지. 상상하는 내가 다 웃음이 난다.  자기들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들었으니.


지난번 자연물로 나만의 정원 꾸미기 한 걸 프린터 해 주었다. 그리고 꾸민 것으로 나만의 정원 이야기를 써 볼 생각을 할 만큼 많이 컸다. 어렵지 않게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가을이 끝나 갈 무렵 그걸 꾸미고 그릴 때가 떠오르나 보다. 월요일 팀만 진행되었고, 나머지 요일 아이들의 생각도 기대가 된다.

 월요일 팀 아이들 중 탈춤 추는 구름을 그렸던 L 은 꼬마시인, 꼬마 동화작가 해도 될 거 같다.

모두들 어쩜 저런 생각까지 했을까 싶은 것이 많았다.

나만의 비밀 친구 집

연못이 있는 숲 속에 슬아의 비밀 정원이 있었습니다.

내 비밀정원에는 내 친구 세 명이 놀러 왔습니다.

물에 떠 있는 하트 세 쌍둥이

하늘에 떠 있는 탈춤 구름

맛있게 익은 사과들

사과나무에는 사과 네 개가 달려 있었습니다.

슬아와 동생 율아는 놀러 온 친구들을 보고 있습니다.



나만의 정원 이야기

집에 7살 도윤이가 살고 있었어요.

도윤이는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하양색 고양이, 검은색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하양색 고양이는 자고 있습니다. 왜냐면 아기 고양이여서입니다.

하양색 고양이의 이름은 안젤라이고, 검은색 고양이의 이름은 마마입니다.


옜날옜날에 7살인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농장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감자 뽑는 직업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감자를 뽑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뽑은 감자로 감자튀김을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정원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식물이랑 동물이랑 곡식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는 멋진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울타리도 꾸미고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옛날 옛날 8살 라희네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라희네 정원은 꽃이 많은 정원이었어요.

라희가족은 4명이었어요. 라희는 엄마, 아빠, 오빠랑 살았어요. 

라희랑 오빠는 정원에서 재미있게 술래잡기를 하면서 살고 있었어요. 

라희네 정원은 사과나무 한 그루와 큰 연못이 있었어요.


나는 풀밭을 갈고 있었다.

내친구 풀로리는 맨날 밥만 했었다.

나와 풀로리는 둘다 7곱살이었서요.

나와 풀로리는 때로는 다투고 했지만, 서로 아껴주며 도와주고 했었서요.

나와 풀로리는 행복하게 살았써요.


옜날옜적에 이보람이 있었어요.

이보람은 숲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오리도 보고 나무도 보고 하늘도 봤어요.

이보람은 너무 좋아 오리를 만졌어요.

오리가 너무 부드러워서 보들이라고 이름을 붔였어요.

이보람은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잤서요

이보람은 좋은 꿈을 꿨어요

이보람은 이러났어요. 

그 때 밤으로 된 거예요. 

---다음 건---

이보람은 너무 슬펐어요.

그 때 아침이 되고 밤이 되도 다시 사람으로 안 돌아갔어요.

그래서 이보람은 말을 못했어요.

갑자기 친광일이 나타나 밤을 꿀꺽 삼켰어요.

그래서 이보람 몸 속 여행을 했답니다.

근대 너무 아팠어요.

  --------------이야기 끝-----

매거진의 이전글 왜 그런 걸로 질투를 하고 그러셔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