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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Dec 28. 2021

왜  그런 걸로  질투를 하고 그러셔요?

꽁냥꽁냥은 언제나 좋다!

P군과 J양은 원내에서 오랫동안 사귀고  있음을 공표했기에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모든 선생님들과 반 친구나 옆 반 친구들도 다 아는 사실.

대개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놀리는 애들 틈바구니에 부끄러워 입 밖으로 꺼낸 걸 후회할 때가 많다. 3~4년 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는지 요즘에는 특히 P군과 J양은 전혀 그런 게 없다는 게 놀라웠다.

뒤늦게 누가 듣고 와 볼륨 가득한 맘 보태  P에게 물어도 쿨한 인정과 능청스러움이 또래 친구들은 당해 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퇴근하는 길 기온이 찼다. 호주머니 손 푹 집어넣고 종종걸음 걷는데, 낮 동안 일이 갑자기 생각나 푸하하 웃음이 났다. 말할 때의 표정이 생각나 더 웃겼다. 일곱 살 맞나. P 맘 속에 어른 한 명 들어앉은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낙지볶음 가게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조부모님께서 돌봐주셔 그렇다고 하기에는. 조부모님께서 돌봐주시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몇 해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  한 동안  TV에서 교사들의 유아 학대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결과인가 조심스런 추측만 할 뿐이다.


머리가 하얘서 할아버지 선생님이라고 할 정도로 연세가 많으신 한자 선생님께서 매주 화요일마다 오신다. 바닥 친구 한 줄과 의자 친구 한 줄 합쳐 두 줄로 앉아 수업을 하려는데, P는 제일 뒤 세 번째 줄에 혼자 앉겠단다. 몸집이 있어 널널하게 혼자 앉으면 좋긴 한데, 앞에 수업 진행하시는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했다. 앞줄이든 뒷줄이든 자리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J 옆에 앉은 L이 보다 못해 옆자리를 비워 줄 테니 같이 앉으라고 한다. 둘이 커플이니 앉으라고 하면 좋아서 오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 같았다. 마지못해 하면서도 좋은 듯 P는 J옆에 나란히 앉았다.

제일 뒤 3번째 줄에 앉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앉자마자 대놓고 꽁냥꽁냥이다.

호주머니 들어있던 손톱만한 반짝이 스티커를 둘 중 누군가 꺼낸 모양이다. 그 작은 거 하나로 둘이 좋아 호호 킥킥거렸다. L이 옆자리 양보해 주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할 정도다.


저 끝쪽 친구들이 장난을 치는 거 같아 잠시 다녀오는 동안 순식간에 P 손이 J 어깨 위에 올려놓더니 쓸어내려 주고 있다. 뒤에서 보고 있으려니 넘 우스웠다. 순간포착하려는데, 눈치 빠른 P 녀석이  손을 얼른 내렸다.

 그렇게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둘이 맘이 잘 맞는 듯싶다. 2년인가, 3년째 둘이 좋아하고 있다는 얘길 당당하게 하는 것만 봐도 그랬다.

다섯 살 때부터 인지, 여섯 살 때부터였는지 그것이 헷갈리는 듯 줄곧 둘이 좋아하는 맘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다.  


끝날 무렵 P의 옆자리에 앉았다. P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또 골려주고픈 맘이 발동했다.

“P야, 선생님은 왜 어깨에 손 안 올려줘?”

“아이, 참. 선생님.”

쑥스러워하지도 않았다. 별 거 다 물어본다는 투였다.


그러더니 뒤이어하는 말에 난 길가다가 혼자 키키득거릴 수밖에 없는 말을 듣고야 말았다.

“선생님,   그런 걸로 질투를 하고 그러셔요?”

그런 걸로 질투?  맞다 질투였던 것이다.

매번 놀란다. P가 사용하는 어휘 선택에.


난 일곱 살 P군에게 질투하냐는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길가다가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오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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