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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Dec 30. 2021

꼬깔콘, 홈런볼, 새우깡은 옛날과자?

왜 옛날 과자만 좋아하세요?

“선생님 복장은 항상 똑같네요.”

나를 본 P군은 오늘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겨울이라 편하고 따뜻한 니트 티를 주로 입고 다닌다. 요즘 신축성 있는 얇은 목폴라 티가 잘 나와 목도리 하나 하지 않아도 목을 감싸니 든든하면서도 따뜻했다.

파스텔 톤으로 비슷한 디자인을 색깔 별로 여러 개 사놓고 색을 바꿔가며 입곤 했다.

그랬건만 P군의 눈에는 그게 그거 같이 보였나 보다.


원장님께서도 말씀 안 하시는 옷차림에 대한 걸 P군에게 지적받은 것이다.

똑같은 옷을 입고 오냐도 아니고 항상 같은 복장이라니.

순간 교문 앞 중, 고등학교 생활지도 선생님께 걸린 학생처럼 얼음 .

내가 입은 옷의 위, 아래를 훑어보며 자가 검열에 들어가야 했다.


1년이 다 되도록 치마는 한 번 입었다.

매일 있는 바깥 놀이시간, 축구할 때 공도 차고 시소도 타야 하니.

 교실에선 수시로 앉았다 일어섰다 하다 보면 아무래도 바지가 편했다.


무엇보다 조신하게 앉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컸다.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수업을 할 때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철퍼덕 같이 앉을 때가 많다.

치마 입으면 아무래도 다리를 모으며 얌전히 앉아야 하니 불편함이 큰 것이다.


P군은 내가 의기소침하며 풀 죽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 갑자기 화제를 바꿔 말한다.

“선생님은 좋아하는 과자가 뭐예요?”

대화의 주제가 과자로 넘어갔군.


조금 전 복장 지적받았던 이야기는 금세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꼬깔콘.”

“또요?”

“홈런볼.”

“또요?”

“음.. 새우깡.”




“그런데, 선생님. 왜 옛날 과자만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과자 이름을 계속 묻더니 하는 말 좀 보게나.

‘흐흑, 옛날 과자라고? 샌비, 오란도, 건빵, 뻥튀기가 옛날 과잔데...


일곱 살인 네게는 꼬깔콘, 홈런볼, 새우깡도 옛날 과자가 되는구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살았던 사람이 옛날 사람인 줄 알았던 나는 착각을 해도 단단하게 한 거였다.


그렇다면 옛날 과자 먹고 자랐고, 지금도 좋아하니 나란 사람 옛날 사람이구나.

왜 옛날 사람인 걸 생각도 못하고 살았을까.


“P야, 그럼 요즘 과자는 어떤 거니?”

“로제 떡볶이 맛, 갈릭 바게트 맛, 젤리 맛, 체리맛.

그리고 짭조름한 맛이 요즘 맛이에요.”


옛날 사람 아닌 게 아니었다.

어쩌지? 바로 이 순간 갑자기 떠오른 1원짜리 은색 동전.

그거 하나 있으면 건빵 10개는 살 수 있었다.

10원 내면 9원 남겨주기도 했으니.

20원의  용돈을  받기 위해 아부지 외출할  면 대문 밖에  미리 나가  서 있던 어린 날의 내가  보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분명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할게 분명해 보였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버금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집에 오는 길, 옛날 사람인 나는 새우깡 2 봉지를 샀다.

나랑 동갑인 그이도 옛날 사람이니 한 봉다리씩 사이좋게 나눠먹으려고.


P야 너로 인해 잘 알게 된 옛날 사람은 잊고 있던 옛날 과자 맛있게 먹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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