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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속의 쪼꼬미들
"우리 엄마는 맨날 화만 내요!"
네 살 쪼꼬미들이 토로하는 이야기
by
서비휘
Nov 6. 2020
꽃샘추위로 화들짝 놀란 봄꽃들과 나무들이 계속 이어지는 따뜻한 봄 햇살에
더 이상 못 견디고 꽃망울을 톡톡 터트린다.
이때쯤이면 울 쪼꼬미들도 친구들을 조금씩 받아들이며 하나둘씩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계절의 꽃들이 다 다르고 같은 봄꽃도 피는 시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듯
울 쪼꼬미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적응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거지.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보이지 않는 안간힘을 쓰고 있을 텐데,
집에 돌아가면 영양가 있는 음식 챙겨주고, 잘 쉬게 도와주는 일 중요하다.
다음 날도 원생활 잘해보려 안간힘 쓸 테니.
적응 잘하고 다니는 친구들은 그냥 부모님들 하시던 대로 도와주시면 된다.
오래 울며 안 간다고 떼쓰는 친구가 아주 가끔씩 있기도 한데, 낯가림이 심하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분리불안을 느끼는 친구이다.
애착이 필요한 시기에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수 있고, 타고난 성향이나 기질일 수도 있으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평소 잘 다니던 친구도 어느 날 갑자기 안 간다며 울고 불고 할 때도 있다.
매일 날씨 변하듯 쪼꼬미들 기분도 항상 같을 수는 없으니까.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엄마랑 실갱이 한 날은 얼굴에 쓰여 있다.
'선새이임, 저 원에 오기 싫었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엄마가 미워~~요.'
밤새 열이 나서 잠을 설쳤겠다 싶은 쪼꼬미는
수시로 열체크를 하며 몸상태를 살피고,
약을 먹고 졸려하면 이불을 살포시 덮어 한 잠 재운다.
궁금이들 너도나도 들여다보며 OO이가 어디 아픈지, 왜 아픈지
이마도 짚어보며 인형 재우듯 배 위를 쪼꼬미 손으로 자장자장
잠든 애기 깰세라 살살 토닥거리는 모습 보면 엄마가 따로 없다.
틈만 나면 서로의 손을 차곡차곡 포개면서
"OOO반 OOO반 파이팅!!!"
파이팅을 외치는 그 기운으로 언능 털고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또 다른 녀석 자기가 말 안 듣고 고집불통이었을 텐데, 할 말이 많다.
"엄마가 혼냈어요."
왜 혼났냐고 물어보면 다 알고 있다.
안 일어나서 혼내고, 밥 안 먹었다고 혼내고, 양치 안 해서 소리를 꽤액 질렀단다.
"어이구, 그랬구나. 우리 OO이 많이 속상했겠다."
삐죽 불퉁한 쪼꼬미 입으로 하는 이야기를 잘 듣다가 꼬옥 안아준다.
'정해진 시간 차량에 맞춰 나가야 하는데, 그 셔틀 놓치면 델다 줘야 하고,
가깝지도 않은 곳에 델다 주려면 출근시간 빠듯하거나 지각인데,
뒹굴거리며 떼부리고 있었을 테니...'
아침 풍경이 눈에 보여 더더 쪼꼬미를 꼬옥 안는다.
수업 시간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비슷한 상황들이 많으니 누구 한 명이 물꼬를 터주면 너도 나도
오종종한 입으로 꼬물꼬물 쪼꼬미들의 불만과 억울함이 터져 나오네.
마이크까지 준비해서 돌아가며 한사람씩 이야기 하는 시간을 준다.
서로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느끼는 바도 클거라 보며
이런 시간을 자주 가졌는데...
네 살 쪼꼬미들의 가슴 속 이야기 속으로 풍덩!!!
기역이
:"우리 엄마는 맨날 화난 얼굴인데요, 입에 장난감 넣는다고 화내고, 밥 안먹고
초콜릿이나 과자만 먹는다고 화내요!"
니은이
:"우리 엄마는 내가 징징대고 치카 안한다고 화내요!"
디귿이
:"요리하고 싶은데, 엄마가 화냈어요!"
리을이
:"까까만 먹고 밥 안 먹는다고 화내요!"
미음이
: "비 오는데, 나가자고해서 아빠가 화내요!"
비읍이
:"내가 뛰어다니면 엄마가 화내요!"
시옷이
:"형이랑 싸워서 엄마가 화내요!"
이응이
:"동생 OO이를 때려서 엄마가 화냈어요!"
지읒이
: "생일 때 케이크를 먹을 때 오빠랑 싸워서 엄마가 화냈어요."
치읓이
:"밥을 안 먹고 돌아다니고 창문에 혼자 앉아 있어서 엄마가 화냈어요."
키읔이
:"맘마 안 먹어서 엄마가 화냈어요."
티읕이
:"엄마 화 안 냈는데....."
피읖이
:"우리 엄마는 화 안내요."
히읗이
:"엄마가 화냈어~~~(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선생인 내가 못 알아들어ㅠㅠ)
ㅏㅑ
: "엄마가 밥 안 먹어서 화냈어요!"
그랬다. 엄마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쪼꼬미들은 다 알고 있었다.
엄마든 교사든 훈육을 할 때는 하는 일 잠시 멈출 것
하던 일 하면서 소리만 지를 게 아니라
아이와 마주앉아 눈을 맞추며 아이의 맘을 읽어주고
아이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양팔 저울의 무게추처럼 중심을 잘 잡고 아이를 잘 키우고 가르친다는 건
엄마 자리도 선생 자리도 참 어렵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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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주제를 사적인 경험으로 풀어 맛깔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사진으로 선보이는 토채보 1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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