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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15. 2022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무슨 일을 하든 쓸모없는 사람은 없단다.

전 연령이 섞여 귀가하는 차량 안이다.

원에서 출발하여 짧게는 3분, 멀게는 20여분을 넘게 가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요 며칠 하원하는 차량을 도와주다 보니 마스크를 낀 채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상황에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는 터져 나온다. 하루를 잘 살아낸 안도감도 있을 테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편안함에서 나오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7세 반 키 크고 통솔력 있는 S가 바로 뒤에 앉은 6세 반 J에게 대뜸 묻는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무슨 말이든 꺼내서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맘이었던 거 같다.

“메이컵 아티스트.”

기다렸다는 듯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답한다.

그 말을 듣던 다른 옆자리 앉은 K가 묻지 않았어도 말을 이어받는다.

“난 헤어 디자이너 될 건데...”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던 S가

“너희들 참 좋은 생각들을 갖고 있구나!”

순간, 또 다른 선생님이 계셨나 해서 차 안을 휘이 둘러보는 액션을 취했다.

교실에서 수없이 들었을 선생님들의 말을 복붙 하듯 하고 있는 것이다.


“난 어린이집 선생님은 안 되고 싶어.”

“언니 왜?”

물음을 먼저 물었던 S가 동생 둘의 답을 듣고 난 후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뜬금없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안 되고 싶은 이유가 궁금한지 답을 재촉했다.

까닭이 무언지 나 또한 다음 말이 궁금했던 건 마찬가지.

하고 많은 직업 중에 왜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고 싶지 않은지, 직

접 봤거나 경험에 의한 이야기가 나올 거 같은 거다.


“맨날 애들 똥 닦아주잖아. 손에서 냄새가 날 거 같아서 싫어.

학교는 똥을 싼다고 해도 스스로 닦을 수 있는 나이니까 학교 선생님 될래. 아니다 유치원 선생님 될까?”

유치원 선생님 이야기가 나오자 의견이 분분했다. S는 7세 반이니 똥을 스스로 닦는 나이라 그런 생각을 했을 테고, 동생들은 선생님이 도와주기도 한다는 등.

아이들 생각에 속 웃음이 났다. 주고받는 유아들의 대화가 어른들 못지않게 확장되어 가는 게 놀랍기도 했다.


“아, 나는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고민이야.”

누군가 이것도 저것도 되고 싶다며 말했다. 또 다른 친구는 생각하는 게 싫다며 아무것도 되고 싶은 게 없다고 말했다.


언젠가 7세 반 친구들과 되고 싶은 꿈에 대해 수업을 진행했을 때 사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세상의 흐름이 그런 건가 의아하긴 했었다.


소방관이나 경찰관, 야구선수, 축구선수의 꿈은 여전히 많았고,

메이컵이나 네일, 헤어숍에 관련된 아티스트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거.

자유선택놀이시간에도 네일숍을 차려 노는 일이 허다했다.

 손질이 끝난 손톱은 제법 그럴싸하게 어린 예술의 혼이 깃들어 있곤 했다.

영상매체에 노출된 세대들이라 더 이런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대통령이나 과학자 등은 아예 없거나 대답이 귀하게 나왔다.  



하원하는 차 안에서 미래에 되고 싶거나 하고 싶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두 명씩 내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한 살씩 더 먹은 아이들.

나이 먹기 싫어 아직 떡국 안 먹은 친구도 있긴 하지만, 또 어떤 고민이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펼쳐 보일런지.


나의 고단함과 피곤함 속에도 꽃 피우는 그들의 이야기에 한소큼 미소 지을 수 있어서

다음 이야기의 궁금증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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