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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an 05. 2022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

무얼 보고 왔을까.

“선생님, 제가 오늘 조금 일찍 가야 해서요,

마음이야기 수업에 못 들어갈 수도 있어요.”

무슨 그런 날벼락같은 말을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P야, 무슨 일 있어?”

“네. 오늘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이라서 학교 가야 해서요.”

“글쿠나. 학교 가야 하는구나.”

서운한 맘이 없지 않았다. 잠깐 다니러 가는 학교도 그렇지만,

불과 한두 달 후면 유치원 졸업하고 학교로 간다고 생각하니.


그 사이 정이 많이 들었고, P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빵빵 웃음을 터트릴 만큼

놀랍기만 하니 말이다.

그런 덕분에 P군의 이야기는 닷새 만에 다음 메인에 또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앞으로 다닐 학교를 둘러보고 입학하기 전까지

마음 준비와 다니기 전 상상도 해 보고 두려움보단 설렘과 기대감으로

앞으로 큰 걸음 떼놓기 위해서도 필요할 테니

한 번 둘러보고 오는 것은 중요한 일인 듯싶었다.



“엄마가 가방 정말 잘 만들었대요.”

P군은 어제 만들어간 구찌 가방의 소식을 전해준다.

“엄마께서 가방 들고 다니신대?”

“선생님, 그걸 어떻게 들고 다녀요? 종이로 만들었잖아요.”

'참, 그렇지. 종이로 만들었지.

유치원 갓 입학한 다섯 살배기 엄마 가방도 아닌 초등학교 입학할

큰 형님이 된 학생 엄마가 종이가방을 메고 다니는 건 좀 그렇지?’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께 저금통장에 돈 많이 모이면 가방 사드린다고 말씀드렸어?”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엄마께 말씀드렸나 해서 물어본 거였다.


“아이 참, 선생님. 그런 건 말하면 안 되죠.

서프라이즈로 해야 하거든요.

‘깨갱...갱갱갱,  맞다 서프라이즈.

난 어쩜 여덟 살 아이보다 생각이 짧고 어찌 이리 모자라던 것이던고.'


“근데, 선생님. 엄마 가방은 이다음에 사 줄 거예요.

이다음 커서 돈 많이 벌어서 사 드릴 거예요.”

하루 사이 생각 정리해서 온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커서 돈 많이 벌면 사줘야겠다고 말하는 것 좀 보게나.

여덟 살 어린이의 하는 말이 늘 날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초등학교가 오늘 예비소집일. 너도나도 학교 다녀온다는 얘길 한다.

그러면서 지금 배정된 학교가 아닌 가고 싶었던 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원서를 넣었는데, 떨어졌다는 말에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나는 듯했다.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벌써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으니.


많은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지원서를 넣었었나 보다.

떨어져 가지 못하게 되었다며 속상하고 아쉬운 맘을 내보인다.

자기들이 뭘 알고 하는 말일까.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들었거나 엄마 속상해하는 맘을 보고 하는 말은 아닐는지.


“K야, 사립학교 가면 좋은 점이 뭐야?”

누나도 사립학교 다니고 K도 같이 다니게 됐다고 해서 물었다.

K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답한다.

“급식이 잘 나와요.”

붙지 못하고 떨어졌다고 말하는 친구가 퍽 아쉬운 듯 한 마디 거들었다.

“짜요짜요도 나온대요.”


P는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대해 주고받아도 별 관심 없는 듯 보였다.

‘어디가 됐든 맘먹기 나름이고 자기 하기 나름일 테니

다들 앞으로 다닐 초등학교 잘 둘러보고 와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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