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오늘 조금 일찍 가야 해서요,
마음이야기 수업에 못 들어갈 수도 있어요.”
무슨 그런 날벼락같은 말을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P야, 무슨 일 있어?”
“네. 오늘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이라서 학교 가야 해서요.”
“글쿠나. 학교 가야 하는구나.”
서운한 맘이 없지 않았다. 잠깐 다니러 가는 학교도 그렇지만,
불과 한두 달 후면 유치원 졸업하고 학교로 간다고 생각하니.
그 사이 정이 많이 들었고, P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빵빵 웃음을 터트릴 만큼
놀랍기만 하니 말이다.
그런 덕분에 P군의 이야기는 닷새 만에 다음 메인에 또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앞으로 다닐 학교를 둘러보고 입학하기 전까지
마음 준비와 다니기 전 상상도 해 보고 두려움보단 설렘과 기대감으로
앞으로 큰 걸음 떼놓기 위해서도 필요할 테니
한 번 둘러보고 오는 것은 중요한 일인 듯싶었다.
“엄마가 가방 정말 잘 만들었대요.”
P군은 어제 만들어간 구찌 가방의 소식을 전해준다.
“엄마께서 가방 들고 다니신대?”
“선생님, 그걸 어떻게 들고 다녀요? 종이로 만들었잖아요.”
'참, 그렇지. 종이로 만들었지.
유치원 갓 입학한 다섯 살배기 엄마 가방도 아닌 초등학교 입학할
큰 형님이 된 학생 엄마가 종이가방을 메고 다니는 건 좀 그렇지?’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께 저금통장에 돈 많이 모이면 가방 사드린다고 말씀드렸어?”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엄마께 말씀드렸나 해서 물어본 거였다.
“아이 참, 선생님. 그런 건 말하면 안 되죠.
서프라이즈로 해야 하거든요.”
‘깨갱...갱갱갱, 맞다 서프라이즈.
난 어쩜 여덟 살 아이보다 생각이 짧고 어찌 이리 모자라던 것이던고.'
“근데, 선생님. 엄마 가방은 이다음에 사 줄 거예요.
이다음 커서 돈 많이 벌어서 사 드릴 거예요.”
하루 사이 생각 정리해서 온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커서 돈 많이 벌면 사줘야겠다고 말하는 것 좀 보게나.
여덟 살 어린이의 하는 말이 늘 날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초등학교가 오늘 예비소집일. 너도나도 학교 다녀온다는 얘길 한다.
그러면서 지금 배정된 학교가 아닌 가고 싶었던 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원서를 넣었는데, 떨어졌다는 말에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나는 듯했다.
초등학교도 가기 전에 벌써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으니.
많은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지원서를 넣었었나 보다.
떨어져 가지 못하게 되었다며 속상하고 아쉬운 맘을 내보인다.
자기들이 뭘 알고 하는 말일까.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들었거나 엄마 속상해하는 맘을 보고 하는 말은 아닐는지.
“K야, 사립학교 가면 좋은 점이 뭐야?”
누나도 사립학교 다니고 K도 같이 다니게 됐다고 해서 물었다.
K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답한다.
“급식이 잘 나와요.”
붙지 못하고 떨어졌다고 말하는 친구가 퍽 아쉬운 듯 한 마디 거들었다.
“짜요짜요도 나온대요.”
P는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대해 주고받아도 별 관심 없는 듯 보였다.
‘어디가 됐든 맘먹기 나름이고 자기 하기 나름일 테니
다들 앞으로 다닐 초등학교 잘 둘러보고 와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