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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Mar 04. 2022

휴대폰 가게 오픈합니다.

디폴트 폰도  있어요.

“휴대폰 가게입니다. 여러 가지 휴대폰이 있습니다.”

자유놀이시간 휴대폰을 만드는 손길이 바빠 보이는 N군.

 올해 7세 반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이다.

말쑥하고 깔끔한 N군이 뚝딱 만들어내는 그 손길 속에 숨은 창작의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듯.

다른 친구들이 놀고 있는 자유선택 놀이 한 바퀴 둘러보는 동안 매장 진열대 위엔 휴대폰이 가득 줄지어져 있다.

옆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 알아차릴 만큼 큰 목소리로 외치건만, 입점한 지 얼마 안 된 새 매장의 호객행위로 여기듯 다들 무심히 지나친다.


또래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흘깃거리며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예쁘거나 정교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보다 못한 내가 손님으로 나서야 했다.

하나만 사 달라는 간절한 눈빛에 그만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어머, 휴대폰 가게가 새로 생겼네요.”

반가움에 얼굴 가득 웃음 머금은 휴대폰 가게 사장님.

처음 개업을 해 본 것이 아닌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프로급이다.


쭉 나열되어 있는 휴대폰의 기능과 쓰임의 다름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크기도 제각각이고, 접히는 부분 테이프를 이용하여 접었다 폈다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만든 것,

둥근 모양은 특별히 제작되어 가격이 비싸단다.

디폴트로 하실 거냐고 묻기도 하더니

이것저것 차이점을 언급하며 맘에 드는 걸 고르게 하는 전문성도 있어 보인다.


N군의 휴대폰은 가장 작은 걸로 넥타이 가까운 곳에 걸쳤다가

"띤띠띠딘띠"

입으로 소리를 스스로 내더니 급히 전화를 받으신다.

“아, 네네. 알겠습니다.”

업체 사장님과 통화였는지 영락없는 비즈니스맨의 자세까지 엿보여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급히 통화를 끝내신 가게 사장님 N군. 가격대가 엄청 비싸다며 그 가격에 살 수 있을지 염려하는 말투라니.

“이게 가격이 좀 비싸거든요.”

 어쭈구리 손님과 밀당하는 솜씨 좀 보게나.


휴대폰 중에서 가장 기능이 많고 좋은 걸로 달라고 했다. 알량한 자존심 카드가 불쑥 나온 것이다.

“500원입니다.”

웬 떡인가 싶어 손으로 돈을 건네는 시늉을 했다.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밀어 넣는 듯하더니 되돌려 주며 말한다.

“카드 여기 있습니다.”


500원 동전 내밀었다고 생각한 나와 계산은 당연히 카드로 한다는 N군과의 생각만 어긋났을까.



교실 한 바퀴 돌고 오는 동안, 팔리지 않고 그대로 놓인 휴대폰을 미술 선생님께 브리핑하고 있다.

 미술 선생님 썩 내키지 않는 듯한데 제자가 제작한 휴대폰이라니 마지못해 한 대 팔아주는 모양이다.

난 생각보다 싼 값에 한 대 또 한 대 사서 휴대폰 풍년을 만들었다.

내 평생 휴대폰 세 대를 한꺼번에 사는 재미까지 알게 되다니.


 N군은 미래의 개발자나 기획자

마케팅 전문가 등의 어린싹을 돌돌돌 말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

신입생으로 입학한 7세 반 N군의 활약이 앞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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