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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Mar 05. 2022

"어엉, 엄마 보고 싶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우앙.. 엄마 보고 싶어, 엉엉... 엄마 보고 싶어..”

아침 등원 차가 도착하자, 엄마를 붙들고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눈물을

펑펑 쏟는 다섯 살 신입생 K군.

작년 연말 새 아파트 단지로 입주하며 일곱 형아와  같이 원에 오게 된 K군은 2월에 있었던 2번의 O.T 때도 형아와 명랑한 모습 보이며 우는 모습 보여주지 않았다.

O.T 때 엄마랑 떨어져도 우는 아이 한 명이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으니.


3월 2일 입학한 뒤에도 그럴 거라 여겼나 보다. 형아랑 같이 다니며 지내도 되는.  

O.T 때와 다르게 형님과 분리되어 수업을 받아야 하고, 긴 시간 엄마랑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음 날 등원 할 때, 버스에 오르지 않으려 버티며

“엄마 보고 싶어!”

외치고 울며불며  떨어지기 싫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쯤 되면 또래 다섯 살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같이 울음을 터트리곤 하는데, 요동이 없는 것도 놀랍다.


사회 기관을 어릴 때부터 이용해 봤던 아가들은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며 미리 울어본

아가도 있었을 테고, 낯선 곳을 즐기는 아이도 있을 테니 다 똑같은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는.

놀라운 것은 노랑 병아리 같은 신입 5세 반 44명 중 엄마 보고 싶다며 울먹이거나 펑펑 우는 아이가 단 두 명밖에 없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이긴 했다.


3~4년 사이 이렇게 많이 변화되고 달라진 문화적 충격이라니.

순간 아기 같은 어린아이들이 잘 달궈진 쇠덩이처럼 강해 보였다.

요즘 아가들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움직이듯 침착함, 차분함, 의젓함에 나만 놀라는 광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 가운데 엄마 보고 싶다며 펑펑 우는 K군이 어린아이처럼 보이며 인간미 엿보이는 사람 같아 보였다면? 고리타분한 나만의 생각이었던 걸까.


몇 년 전, 3월 입학하고 난 뒤 2주간은 어린 반 교실은 거의 울음바다 수준이었다. 엄마를 외치며 울다 그쳤다가 또 생각나는 엄마를 외치며 세상 서럽게 우는 통에 같이 눈물을 글썽일 수밖에 없었던...


K군은 낯선 공간에서 의지할 데란 일곱 살 친형 밖에 없는지 형님반 교실을 찾아다녔다. 옆에 데려다줬더니 이내 안정감을 찾으며 놀이에 빠져있다.

말 한마디 않고 우는 동생이 안쓰러워 감싸 안는 듯한 형아 맘이 느껴져 뭉클해진다.


자기 교실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며 자기 놀이 급급해 울고 있는 동생이 와 있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손톱 날 세우듯 예민한 형제, 남매도 많이 보았기에

묵묵히 동생 맘을 받아주고 맞춰주는 형아의 곱고 귀한 맘이 참 예뻐 보였다.


다음 날, 아침 등원 길에선 가족사진 한 장 들고 타는 K군. 덕분에 전 날보다  버티고 우는  모습은  덜했다.

오히려 엄마 옆모습만 나왔다며.  엄마 얼굴 다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왜 그리 귀엽고 앙증맞은지...


내일은 엄마 얼굴 다 나온 사진을  들고 오기로 했다.

그 말을 듣는데 사랑스럽고 정이 더 가는 건

그동안 뱃속에 태아로 자라기 전부터 몸을 보살피며 지금까지 나고 자라는 동안

애쓰고  가슴  졸였을

엄마 맘을 누구보다 더 알아주는 거 같은 맘이  느껴졌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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