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옥상으로 아이들과 올라갔다. 이번 주 놀이 활동은 비눗방울 놀이가 준비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비눗방울은 아이들의 꿈망울을 매달기에 충분했다.
"비눗방울 날아라 바람 타고 동동동
구름까지 올라라 둥실둥실 두둥실~~"
노래를 가르쳐 주고 같이 불러보았다. 비눗방울을 하나씩 들고 4층 옥상에 모였다. 무지갯빛 동글이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또롱또롱한 저 눈망울들 나는 봐도 봐도 늘 좋다.
때마침 하늘 위에서 지나가던 전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여러 공중 묘기쇼를 펼친다.
“아와와악왘~~~~~~~~~~~~~~!!!!!”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자동 반사다. 쪼꼬미들은 덤으로 얻은 이 순간을 맘껏 소리 지르고
팔짝팔짝 뛰며 즐긴다.
나는 연초록 이파리 닮은 쪼꼬미의 여리고 보드라운 뽀송함에 눈을 뜰 수가 없다. 보들보들 새순이 여리고 보드라운 쪼꼬미들을 닮은 사월이 그래서 더 좋다. 가까운 산이든 먼 산이든 뭉뚱그려보면 같은 색이다. 현미경 들여다보듯 좀 더 가까이만 가도 같은 초록이 아니다. 같은 네 살 쪼꼬미들도 겉모습과 성격, 성향, 기질이 비슷해보이지만, 다 다른 것처럼.
고개 들면 둥실둥실 뭉게구름 떠다니는 하늘 보이는 4층 옥상에서 비누 방울 놀이로 맘껏 기운을 발산하고 난 후 교실에서의 자유놀이 시간엔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함성도 질렀고, 몸을 부대끼며 즐겁게 논 덕분에 역할놀이가 더 자연스러워졌다.
네 살 쪼꼬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엄마놀이, 병원놀이, 선생님 놀이 3종 세트다. 엄마, 아빠, 아기, 의사 선생님, 유치부 선생님도 있어야 하는데, 모두들 엄마다. 보다 못한 내가 아기라도 할라치면 우르르 떼로 몰려와서 우유 먹이고, 이마 짚어보고, 토닥토닥해 준다. 앙증맞은 손길에 스르르 금방이라도 잠들 거 같다.
“엄매~ ~엄매~”
애기소리로 부르면 필요한 게 뭔지 말만 하라는 눈빛과 손길이다. 역할놀이를 같이하다 보면 쪼꼬미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어 반 꾸려가기가 훨씬 수월하다. 평소 집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무슨 활동을 하며 지내고, 형제가 있는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지 등등 알 수가 있다. 원에서의 활동은 집에 가서 그대로 흉내 낼 텐데...
특히 선생님 흉내.
그러고 보니 울 집 따닝도 흉내 선수 뽑을 때 두 번째면 섭섭할 정도였다. 네 살 때쯤 원에 다녀오면 꼭 같이 해야 하는 놀이 중 하나. 의자 하나를 거실 가운데 미리 세팅을 해놓고 아드닝과 나를 불러 앉히니 빠져나갈 수도 없다. 금방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뒤 바로 흉내에 돌입했으니. 책받침 하나 들고, 그걸 들여다보며 김 OO, 박 OO, 송 OO, 이 OO, 정 OO.... 열몇 명을 매일 부르는 거다.큰 소리로 대답을 잊으면 안된다. 대답을 놓치는 순간
"앉아! 앉아!"
바로 책받침이 머리통을 내리친다. 그 광경을 마주하며 선생님께서 저렇게 하면 안 될 거 같은데... 생각만 하고 선생님께 직접 말씀드리진 못했다. 20년도 훨씬 전의 일이었으니... 그땐 담임선생님 대하기도 마냥 쉽지 않았다. 조심스러웠다. 지금 젊은 엄마들이 들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
매일 똑같은 이름을 불러 대는 걸 어느 날 받아 적었다. 한글 받침글자 익힐 때라 친구들 이름을 이용하여 해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았다. 받침글자는 친구들 이름을 이용하면 금방 익히기 안성맞춤이다.
아이들 모두는 모방의 신이다. 딸아이와 쪼꼬미들의 흉내 내는 걸 보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