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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Dec 09. 2020

   모두 건강한 2020, 2021년~

고맙고 감사한 올 한 해

바삐 걷는 아침 출근길 발길을 멈칫하며 고개를 들거나 돌릴 땐 맘의 사진기에 찰칵 셔트 누르는 순간이다. 오늘 아침은 귀를 통해 맘으로 들어왔다. 좀처럼 듣기 힘든 어느 휴대폰 가게에서 들려오는 캐럴송이  블루투스를 통해 나온 거다. 귀를 파고들며 선명히 한 장의 사진이 맘속에 새겨졌을 게 분명했다.    


대로변 가게들은 아침시간 분주했다. 간밤에 들여놓은 물건들 줄 맞춰 진열하여 관심과 눈길 끌게 하여 주인 찾아가게 도와야 한다. 컨테이너 박스가 가게인 과일가게 아저씨, 잠자고 있는 과일들 불러 깨워 줄 세우느라 바쁘시다. 각종 통신사 휴대폰 가게들 축제 현장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불티나는 장을 펼쳐 놓으시네.

'2020년 수능 치른 수험생들 새 휴대폰 장착하러 모두 모두 모여라.'다.

핸드폰과 인터넷 동시 가입하면 현금 주고, 무선 이어폰 주고 ADT 1년 무료체험도 해준단다.

그렇게 다 퍼주면 뭐 먹고사나 싶을 만큼 다 준다는 문구를 바닥까지 붙여놓았다. 가족들 새 휴대폰으로 바꿨으니 요란하게 맘을 붙잡아도 재보다 잿밥이다. 캐럴 송에 맘이 더 가는 것을 어쩌랴.


점점 작아지는 소리 아쉬워 걸음 속도 늦추며 들리지 않을 때까지 두 귀를 활짝 열었다. 듣기 힘든 스트리트 카페 12월 캐럴송이라니 내 맘을 들뜨고 가라앉게 할 충분한 요소였다.

'2020년!! 올 한 해 저물고 있구나. 난 무얼 하며 살아왔고, 무얼 추구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  이건  살아가면서 늘  어렵고  평생 안고 가야할 숙제인 거다.


몇 년 전 이 맘 때면 어느 가게든 계절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곧 있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기 위해 몰래 나들이할 때가 가까워졌단 공식 신호였던 거다. 두 아이의 쪼그만 입을 통하여 받고 싶은 선물 정보는 미리 입수했고. 둘이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으니 우리 집도 산타할아버지 다녀갈 거라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분명 우리 집도 빠트리지 않고 찾아 올 거란 소망을 품고 손가락으로 한 밤 한 밤 접어나가는 12월. 두 아이 없는 틈에 꼭꼭 잘 숨겼다 전 날 밤 산타할아버지 편지와 함께 머리맡에 고이 두어야 한다.

두 아이는 잠들기 전 두 손 모아 간절한 기도를 했을 테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아이들 호들갑스런 소리 들으며 감쪽같은 산타할아버지 임무 완수에 흐뭇한 미소를 짓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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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산타는 엄니랑 아부지였음을 친구들 얘기 듣고 알았다며. 그래도  그때가 참 좋았다며 말해줘서 멋적어서 더 크게 웃었다.


그 후 우리 쪼꼬미들과 지낼 땐 또다시 산타할아버지는 살아 숨 쉬는 존재가 되었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울다가도 뚝!!  크리스마스 즈음엔 꼭 불리던 노래였다.


내친김에 퇴근하면서 아침 출근길의 기분을 이어가기 위해 나뭇가지와 솔방울 여러 개를 주워왔다. 글루건 쏘아 촛불 받침대 만들어 불 밝히며 2020년 생각하고 이어질 2021년 떠올리니. 

참 고맙고 고마운 이들~ 주르륵 지나간다. 모두 모두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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