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을 쓰든 마음의 평온함이 뒷받침 됐을 때 가능한 일이던가. 지난 목욜 저녁 그이와 의견차로 크게 감정싸움이 있었다. 늘 티격태격이 일상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기도 그동안 참고 참아오다 하는 말이라지만,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 말도 안 나왔다. 벙어리가 된 듯했다.
마음이 그러니 몸도 늘어져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글 쓰는 것도 에너지가 가동돼야 쓸 수 있는 것인지... 타오르는 촛불 훅 불어 꺼 버린 듯 누가 붙여주지 않으면 타오르는 게 쉽지 않을 듯했다.
나이 먹어 옹졸하게 삐지고 말 안 하고 지내는 것도 젊은 시절 말이지, 다 큰 애들 뒤에 세워놓고 꽁 하며 오래갈 수 없는 일. 그 와 중에 오감을 통해 들어온 말이 갇혀 나가지 못한 듯 답답해했다.
분명 큰 감정싸움이었다. 다행인 건 바깥일 하고 들어오면 잊힌 듯 한걸음 물러나 있다. 폭발 직전 맘도 가라앉아 있는 거다. 집 안에서 속상했던 감정을 스스로 다독다독 해 나가기 쉬운 거라 여기며. 일을 계속 이어옴의 좋은 점이라 생각했다. 계속 그리 지내 왔던 듯싶다.
그렇게 좋은 글 좋은 얘기 들으며 혼자 맘을 잡아가고 있었다. 글은 쓰이지 않았다.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오늘 저녁에야 알았다.
퇴근길 밥반찬거리 사러 집 근처 마트에 들렀다. 이것저것 사들고 쭈욱 둘러보며 대봉감이 없나.
찬거리 사고 나서 으레 하는 버릇이었다.
얼마 전 한상자 살 때도 나혼자 먹겠다고 덥썩 사지 못했다. 겨울무가 싱싱해 보여 한 단 사다보니 무거워서 배달 3만원을 채워야했다. 그냥 둘러만 보던 대봉감을 에라 모르겠다며 샀었다.
아무도 먹지 않아 더 못샀던 걸 핑계 좋아 품목에 넣은거다. 하나씩 말랑해지면 숟가락으로 떠먹는 달콤한 맛이 좋았다. 얼려서 홍시 아이스크림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는데, 냉동고에 들어가기 전 항상 다 먹어버렸다. 있으면 샀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아무튼 습관처럼 휘이 둘러보았다. 어디에고 보이지 않는다. 사지는 않더라도 보는 것으로 흡족한데, 없으니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집에 오니 ‘어~내가 방금 주문해서 배달되었나(?)’ 착각할 정도로 악양 대봉감 한 상자가 도착되어 있다.
감 수확 때 이미 보내셨는데... 칠곡에서 감 농사짓는
“외사촌 형님이 보내셨나(?)”
방금 전의 내 맘을 보는 거 같아 좋아서 혼잣말을 했다.
“내가 주문했다. 아줌마 먹으라고.”
소파에 있던 그 이가 곧 퇴근해서 보일 모습 상상했던 대로 이어졌을 걸 보며 말을 툭 던졌다.
사실 내 온몸의 물이란 물은 맘 온도와 제일 추웠던 날씨 온도가 더해져 꽁꽁 얼어 있었다.
그이 말을 듣는 순간, 찬물에서 뜨거운 물 스위치 올린 듯 파팡~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했다.
‘괜찮아, 괜찮아!’ 하며 나 스스로 달랜 마음이 괜찮지 않고 서운함이 곳곳에 고여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