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 각시 소나무 신랑 손톱깎아주기

~~ing

by 서비휘

잘도 자란다. 따로 밥을 준 일도 또 다른 먹이를 준 일도 없다. 자고 나면 자라 있고 돌아서면 자라 있는 거다. 그냥 내버려 둔 적 없다. 때가 되면 자르거나 깎아주어야 한다.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신문지를 펼쳤다. 2주일 남짓 자란 그이의 손톱을 깎아주기 위함이다.

손톱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자라면 손을 내민다. 그이의 손끝을 잡고 깎아주기 시작한 게 언제였던가.


같이 일하던 선생님의 저녁 초대를 받았다. 집에 들어서자 박나래 바를 연상시킬 바가 주방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위스키든 칵테일을 마실 수 아늑한 공간을 보며 나는 살짝 놀랐다. 울산 살 때였으니 그 부부 오리지널 서울 사람에 오래 서울 살다 내려왔으니 그런가. 시골 사람이라 그런 바를 마련 못하고 사나 보다 했다.


이어지는 그 선생님의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그랬겠지만, 그 당시 충격 그 자체였었다.

건설현장 소장으로 일하는 신랑님이 집에 돌아오면 물 가득 받은 욕조에 몸을 담그게 하고, 이어 들어가서 온 몸을 씻겨주고 닦아준다는 거다.

‘허걱, 그게 무슨 일이람?’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이에요?" 물었던 거 같다.


애들 한두 명 씻기는 것도 힘이 드는데, 키 크고 덩치 큰 신랑까지 비누질 문질 문질 해서 씻겨 준다는 말에 이해가 안 됐다. 그 남편 참 복도 많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내게 있어 있을 수 없는 일인가.

아무튼 나와는 상관없는 일, 하지만 그 남편 정말 복 많은 사람이란 생각은 했었다.

누구보다 사랑해서인가. 딱히 떠오르지 않고 내가 못하는 일이었으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별난 사람 특이한 집이라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면서 그이를 해 줄 수 있는 건 없나(?) 둘러보고 있는 나는 뭐람(?)

온몸 전체를 씻겨주고 닦아주는 일은 엄두 안 나고 손톱 정도는 깎아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때부터다. 처음 손톱을 깎아준다고 했을 땐 그이는 이 여자 왜 이러나 싶었을 거다. 자기도 깎을 줄 안다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손톱을 깎아 나면 끝이 거칠거칠하다며 매끈하게 손톱 끝을 갈아줄 거 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네일샵은 그때부터 차려졌다.


중간중간 서로 감정 상하며 싸우고 난 다음도 손은 내밀었다. 스스로 깎아 버릇이 안 되다 보니 아주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 거다. 내가 길들였고 길들인 이가 책임져야 한다는 어린 왕자의 여우 말이 어렴풋이 생각나 저리 치우라 말하지 못하고 오늘까지 온 것이다.


지나고 보니 냉전 중일 때 손끝 잡고 깎다 보면 미세한 에너지 파동 느끼며, 싸웠던 일 다시 흐지부지 되곤 했던 적도 있었네. 오늘보다 더 젊은 날의 일이었고.

어린 따닝과 아드닝을 깎아주고 3순위였던 그이의 차례가 어느 순간 1순위로 등극했다. 늘 변함없이 한결같은 소나무 남편을 위하여 프리지아 꽃 좋아하는 아내가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손톱깎이는 계속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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