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살짝 내려앉은 저녁 6시! 사무실 앞을 지나게 되어 들렀다며 예고 없이 P동생이 들어섰다. 왕십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P동생이
“누나, 대표님이랑 동갑이라 했지? 누나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데...”
뽀글 파마에 마스크로 반 이상을 가리고 살다 보니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 한몫했을 거다.
모양새가 초췌를 넘어 초라해 보였나(?)
코로나로 같이 모여 계속되던 공부도 못한다. 11월 말 1박 2일 워크샵 가려던 것도 취소되어 서로의 소식은 카톡 방으로 주고받고 있다. 지난여름 1박 2일 대부도 워크샵 후 기습방문인 셈이다. 만나서 토론하며 계속 이어가야 할 우리 모임은 이어가지 못하고 있음을 아쉬워하며 이런저런 요즘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돌아갔다.
같은 나인데 더 들어 보인다는 얘기에 손거울 속에 큰 얼굴을 들이밀어 넣었다.
아들 초등 3학년 때 일이 내 얼굴과 겹쳐 보였다. 아들이 코감기가 심해 한의원을 다녔었다. 기다리는 동안 원장실에 있는 인체모형이랑 벽에 걸린 인체 해부도 근육 편을 쭈욱 둘러보다
“어머니, 눈은 보는 일을 하고, 코는 냄새 맡고, 입은 맛있는 거 먹고 말할 때 필요하잖아요. 할 일 없는 볼때기는 면적만 차지하며 왜 붙은 거예요?”
바로 옆에 의사 선생님께서 계시니 다행이다 싶었다. 친절하기로 유명하신 선생님께선 열 살 초등 아이 궁금증에 지휘봉 들고 해당 부위를 짚어 가며 설명해 주셨다.
얼굴에 보이지 않는 근육이 아주 많단다. 그 근육이 연결되어 있어 서로 잘 움직이도록 볼때기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거다. 하는 일없이 아주 넓은 면적만 차지하는 볼때기인 줄 알았던 것이 그렇게 많은 일을. 아이는 적잖이 놀라워했다.
울고 웃고 찡그릴 때 다 연결되어 없어서는 안 되는 얼굴 근육이었다. 없으면 그야말로 무표정을 유지 안 하고 싶어도 얼음골 이 된다는 거.
요즘 웃은 적이 언제였던가. 볼때기의 면적 하나 없는 얼굴인 듯 무뚝뚝하고 심각한 표정 그 자체가 굳어버린 모양새다. 웃는 얼굴이 동안을 만든다 했으니 노안은 당연한 거였다.
열 명이 넘는 쪼꼬미들과 전쟁 통인 하루 일과를 보낼 땐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힘들고 지친 모습이었을 텐데, 지인들은 그 나이로 안 보인다며 동안의 비결을 묻곤 했었다. 나로선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렇게 지치고 힘든 몰골을 그저 하는 말이라 여겼다.
지금에야 든 생각은 쪼꼬미들과 소소한 즐거움과 감동에 입 꼬리가 내려올 새가 없었던 게 동안의 비결이었구나!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이 횟수를 더하는 걸 보니 웃을 일 없고 웃지 않은 요즘이라 더 그런 거 같다.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 근육을 요리조리 움직여 미소 지어보았다. 억지웃음이 어색했다.
뇌는 우리가 속여도 잘 넘어간다니 억지웃음이라도 웃으면 좋은 일이 있어 그런 줄 안단다.
볼때기 속에 들어있는 이름도 어려운 대괄 골근, 소 괄 골근, 교근과 연결된 입 둘레근, 눈 둘레 근육을 많이 써서 웃음 연습이라도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