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닝 엄마가 정말 미안하대이!

내가 정말 싫은 날

by 서비휘

“엄마, 화장실 쓰고나서 욕조에 물 좀 받아주라. 요즘 목욕 못가니 집에서라도 때를 좀 닦아야겠어.”

따닝의 부탁을 듣고 화장실을 나오면서 더운물을 틀어두었다.

부엌에서 아침밥 준비를 하는데, 소란스럽다.

“때를 한 시간이나 닦는다고?

“그래 씻을 게 많단 말야.”
“그리 오래 씻을 거면 안에 화장실 써.”

“내가 왜? 니가 안에 들어가.”

둘이 서로 안방 화장실을 쓰라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되풀이되는 둘을 보니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따닝은 아침 일찍부터 오늘은 기필코 때를 박박 밀어야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양보해줄 마음이 없어 보이고, 아드닝은 갑자기 생긴 건지, 미리 정해졌던 약속인지 씻고 나가야 되는 상황였나 보다.

똥 누고 샤워만 할 거고 매일 누던 화장실이 편한데(돌 지나기 전 할머니 댁에 가도 변을 못누고 집오면 끙가하느라 끼잉) ... 둘의 마음이 어떤 상황인지 빤하게 보인다. 주거니 받거니 말싸움은 끝이 없어 보이고.

꾸역꾸역 참던 짜증이 목을 뚫고 나왔다.

“그 만 해.”


따닝은 삐져 속상해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이때다 싶은 아드닝은 얼른 화장실엘 들어갔다. 고요하고 조용해졌다. 잘 정리되었다.

사실 맘으로 답을 이미 정하고 소리를 질렀는지 모르겠다. 따닝이 온 몸의 때를 박박 닦아내고 외출할 것도 아니고, 똥 누고 나서 후다닥 씻고 나오는 동생 다음에 씻으면 안 되나 하고 말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식으로 싸움을 끝냈다는 걸 몰랐다. 어제 쪼꼬미들의 엄마, 아빠가 매일 싸운다는 예전 썼던 글을 브런치에 올리며 나의 육아를 다시 떠올린 거다.

따닝의 입장과 맘을 전혀 살펴주지 않은 처사였다. 똥 눈 뒤의 냄새도 싫었을 테고, 맘먹은 시간에 씻고 싶었을 테다.

쪼꼬미들이 다툴 때 둘이 따로 불러 싸움이 일어났던 처음 상황부터 말하게 한다. 서로 듣고 각자 생각을 말하다 보면 스스로 잘잘못을 알게 했는데... 집에서는 따로 국밥처럼 실랑이를 계속 벌이는 걸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 끝내게 했다는 생각에 이르자, 따닝이 그동안 얼마나 서운하고 속상했을지.

거기까지 이르자 첫째인 따닝한테 너무너무 미안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거였다.

'누나니까 동생을 도맡아 돌아봐 해!' 라는 짐을 지우지 말라는 교육을 젊은 날 들었던 터라 되도록 큰애한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는 썼지만...평생 일 다니는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안팎으로 돌보며 거의 반은 키우다 싶이 했을 정도일텐데... 딸한테 정말 해서는 안 될 못난 엄마였음을 쉰하고도 절반을 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친구처럼 콘서트 예약해 주면 따라가고 내가 한 파마 머리가 쑥대머리로 보인다며 따닝의 가장 애정팬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박주호 막내둥이 진우 머리라며 웃곤 하는데.

‘진우야!’ 불러 난 나은이 언니라 부르며 둘이 희희컥컥 웃는 사이지만, 엄마의 못난 행동으로 마음 가장 밑바닥에 자리했을 서운함과 억울함이 있었겠다.


내가 싫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딸아, 울 야무지고 지혜로운 따닝아, 엄마가 정말 미안했고, 미안하다.

담에 그런 크고 작은 실랑이가 있을 땐 쪼꼬미들한테 했던 것처럼 할게.

사랑하는 사이는 미안하단 말은 안하는 거라지만, 든든한 울 따닝 정말 많이 사랑한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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