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내 맘을 붙던 날

음악에 맞춰 노래 부를 줄 아는 자가 진정한 자유인인 것을!

by 서비휘

살아가며 어떤 노래나 장면을 마주했을 때 나도 모르게 지난날이 퍼 올려지고 딸려오는 경우가 있다. 오늘 밤이 그랬다.


예전에 레코드 가게가 있었을 만한 목 좋은 자리엔 휴대폰 가게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동안 길거리를 걸으며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서 못내 아쉬웠다. 어느 순간 전과 다르게 바깥에 내놓은 블루투스를 통해 큰 소리의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그곳 앞에 멈춰 선 것이다.

늦은 밤 퇴근길, 들려오는 노랫소릴 듣고 얼음 땡 놀이하다 얼음이라도 걸린 모양새다. 저녁거리 한껏 안고 추위에 벌벌 떨며 가만히 서 있는 꼴이라니.

퇴근길 식구 중 누구라도 만났으면

‘거기서 뭐 하고 있어? 엉거주춤 서 있는 모습이라니!’

등짝을 탁 내려쳤을 거다. 정신 차리라며.


그러나 어찌하랴! 좋은 노래 들리고 눈에 들어오는 장면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바투 껴안고 살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리며 편안함을 느끼며 발길 머물게 되는 것을.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오빠들 셋 중 큰 오빠가 장가를 갔다. 오빠 집은 출퇴근하기 멀다며 우리 집 방 한 칸을 비워 같이 살았다. 큰 올케는 고교 음악교사였다. 초등 때 음악시간이면 교실마다 옮겨 다녔던 풍금을 중학교 들어가면서 책 한 권 들고 음악실로 갔다. 큰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에이오우~ 발성 연습을 하고, 음치 목소리로 가곡을 부를 때면 어린 맘에도 우아해지는 듯했다. 그 소리만 들어도 고상해질 거 같은 피아노를 큰 올케가 가지고 온 것이다.


피아노에 관심과 호기심을 보이는 내게 큰 올케는 학교 때 쓰던 악보 책을 꺼내 들고 본격적으로 가르칠 심산이었다. 띵동 띵가르르 내가 치고 싶은 대로 치던 것과 달리 악보를 보며 치려니 도 자리가 어딘지 또 높은 도 자리는 또 어디멘지 바로바로 알아채고, 건반이 눌러지지 않는 거다. 그야말로 손 따로 머리 따로 놀았다.


음악시간 시험 치기 위한 음계 겨우 배웠을 테고, 피아노를 칠 때와 노래를 부를 때 음자리가 다르다나 어쩐다나(?) 피아노 치기 위한 기본 음 자리를 모르다 보니 쉽지 않았다.

무슨 똥 같은 자존심은 있었던지 큰 올케 앞에서 못하고 못 알아듣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듯싶다. 슬슬 피아노와 멀어졌다. 악보 꺼내 다시 배워보자고 할까 봐 피아노 근처에도 안 갔다. 큰올케 방은 얼씬도 안 한 것이다. 신혼인 올케언니 방에 불청객이라 지금 생각하면 반드시 그랬어야 했고.


그 아득하기만 했던 피아노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지 중 1이었던 아이가 커서 결혼을 하고,

그 아이가 낳은 꼬맹이가 세 살이 되던 해였다. 그이와 나는 각자 사고 싶은 물건 하나씩 사들이기로 했다.

그 이는 집채만 한 컴퓨터, 나는 그 이름 정겨운 영창 피아노를 샀다. 컴퓨터는 그이 업무에 도움을 받고자 샀다는데, 피아노는 뭐냐는 거였다. 어차피 따닝이 좀 더 크면 사 줄 거 2~3년 먼저 사는 건 문제 될 게 없다며 고집을 부렸다. 컴퓨터와 피아노가 재산 목록 1, 2호라도 되는 양 부피만도 한 자리씩 차지했다.


따닝과 아드닝이 자라면서 피아노, 바이올린, 리코더를 배우며 감수성 풍부한 삶을 누리길 바랐다. 아무짝에 필요 없고 쓸데없는 걸 돈 들여 시킨다며 자녀 양육 핀셋 규정이 맞지 않아 말다툼도 잊을 만하면 되살아나곤 했다.

'그때 존 리 대표를 알았더라면 다 때리치고 주식을 사놓았으려나.'


여러 악기를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은 배웠던 거 같다. 그 후론 근처도 못가보고 살다가 아드닝은 대학 입학 때 사촌 누나들이 준 돈을 모아 전자 피아노를 자기 방에 들여놓았다. 해드 폰을 끼고 소리를 죽여 피아노를 치곤 하던데...


아드닝의 작은 꿈은 식구들이 악기 하나씩 들고 가족 연주를 하는 날이라고 했으니. 따닝과 아드닝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리코더 나는 기타도 오카리나도 배운 적 있어 연습하면 언제든 가능할 거 같은데...

그 딴 거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걸 왜 배우게 하냐며, 국, 영, 수가 다 좌우한다고 강조한 그이는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아무것도 없네. 탬버린이나 캐스 테 네츠라도 치라고 할까.


언젠가 울 가족이 악기 하나씩 들고 한 곡이든 두 곡이든 연주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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