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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Dec 02. 2020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인권책 이야기 - 기록은 진실의 힘이다.


책 제목 :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지은이 : 박래군 인권운동가

출판사 : (주)출판사 클

발   매 :  2020.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일부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렇지만 훨씬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역사적 사실들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는 한 그 역사는 반드시 바뀌게 되어 있다.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고 권력이 도전받을 때 역사는 다시 쓰인다. 우리는 지금 범죄가 정당화된 권력의 역사를 지우고, 더디더라도 인권의 역사를 새로 써가는 과정에 있다고 믿는다. 과거의 국가폭력-국가범죄가 가능했던 건 그 시대 다수의 사람들이 침묵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암묵적 공범자들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의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어떤 두려움도 없이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훨씬 더 많이 경청해야 한다.” 277p

    

2016년 SNS에 올라온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저자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다음날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그의 책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을 구입해서 읽었고 인권이라는 거룩한 단어가 내 마음 안에 각인이 되었다. 저자는 내게 인권이 의미하는 말들을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다. 사회 모든 차별과 폭력은 인권의식 부재에서 비롯된다. 모든 사회운동은 침해받았던 인권 회복을 위한 행위이다. 여성, 성소수자, 난민, 장애인, 민주화 운동, 제노사이드마저도 특정인들이 당했던 인권침해이다. 나는 저자 때문에 저마다의 인권운동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사고로 인식하게 이르렀다. 저자는 노동과 민주와 인권의 길은 각기 다른 길이 아니고, 한국 현대사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길”이라고 했다. 우리는 차별의 현장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의 역사를 기억해야만 한다. 일제 침략과 반공국가가 되어버린 역사의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오늘의 기형적 사회를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는 1948년 제주 4·3 현장에서부터 대한민국의 인권기행을 시작한다. 7년 6개월여 동안 제주도민 약 3만 명이 학살당한 제노사이드 현장이 제주도 전역이다. 제주 4.3은 1986년 6.10 항쟁으로 우리가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되찾고 나서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38년이 걸렸다. 1980년 독재정권에서 일어났던 5.18 광주는 민주정치를 실현하고 사는 오늘 우리에게 큰 빚이 되고 있다.


제주 4.3은 현기영 선생이 「창작과 비평」에 ‘순이 삼촌’을 싣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갔고 피터 한터는 광주학살 현장을 목숨 걸고 취재를 했다. 이들처럼 역사를 기록한 사람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러한 제노사이드 역사현장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우파의 눈으로 만들어 낸 거짓된 역사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국정교과서를 불신하는 이유이다.    

      

“그 당시 일주도로변에 있는 순이는 삼촌네 발처럼 옴팡진 밭 다섯 개에는 죽은 시체들이 허옇게 널려 있었다. 밭담에도, 지붕에도, 듬북놀에도, 멀구슬나무에도 어디에나 앉아 있던 까마귀들, 까마귀들만이 시체를 파먹은 게 아니었다. 마을 개들도 시체를 뜯어먹고 다리 토막을 입에 물고 다녔다. 사람 시체를 파먹어 미쳐버린 이 개들은 나중에 경찰 총에 맞아 죽었지만, 그 많던 까마귀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_ 현기영, 「순이 삼촌」 중에서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역사는 계속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전쟁기념관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기도 한다. 전쟁은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쟁은 어느 쪽에서도 승자가 될 수 없는 비극의 현장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전쟁기념관은 전쟁으로 잃은 인권학살의 현장은 없고 승리자의 세리머니 ceremony만이 있다.


그 이외에도 저자는 소록도, 남영동 대공분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마석 모란공원, 세월호 현장을 찾으며 그 안에서 인권이 학살된 기억들을 되짚어가고 있다. 인간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들이 이 잔혹한 싸움에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인권현장을 기억한다는 것은 감추려는 자들과 사실을 밝히려는 자들의 기록에 대한 자리싸움과도 같다. 그러나 우파의 기록은 손쉽게 만들어지고 진실을 감추려 들기 마련이고 사실을 밝히려는 자는 쏟아지는 비난과 때론 목숨도 걸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 역사의 비극의 흔적을 찾아가며 우리 스스로가 자행했던 인권학살의 현장을 고발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할 정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독자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 무엇인지 구별하고 판단하여 읽고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승자가 되어 기록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겠다. 기록은 진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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