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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Dec 26. 2020

불편한 미술관

지은이 김태권


책 제목 : 불편한 미술관

지은이 : 김태권

출판사 : 창비

발행일 : 2017. 12. 20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여기서 사회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가난에 시달리지 않을 권리를 기본적인 인권으로 보자는 의견이다옛날 왕조 시대에는 나라님이나 동네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했지만이제는 가난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시대다돈 많은 사람의 호의에 굽실거릴 필요가 없다가난한 사람이 복지를 누리는 것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다. (...) 가난하지 않을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 <35p>      


올해에는 코로나 19라는 세계 역사에 남을 법한 일이 벌어졌다. 이 몹쓸 전염병이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다. 무려 일 년이 넘는 시간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회가 조용하다. 나는 이 점이 더 무섭다. 언제 어디서라도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무너질 도미노 게임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이 시점에서 ‘불편한 미술관’을 읽고 위 문장  ‘가난하지 않을 권리’가 먼저 와 닿지 않을 리 없다. 애초에 가난했고 지금은 더 가난하게 되었을 사람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미술사조로만 봐왔던 미술작품 안에서 인종,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종교, 표현의 자유, 이주민, 제노사이드까지 버르집어 인간사회에서 만연하게 답습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비판하고 있다. 아름답게만 보아왔던 명작들 속에 숨은 인권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작가 말대로 인권은 '선'과 '악'의 대립보다 '배려-앎'과 '무신경-모름'의 문제인 것 같다.   

   

이 책 2장에서는 ‘유민도’를 다뤘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유민도’를 그리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굶주린 백성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임금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그림 보고서’는 효과 만점이었다. 작가는 이 점을 들어 “우리 시대의 ‘유민도’에는 어떤 문제들을 담아야 하는가. 임금이 없는 지금은 가난한 사람을 보살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유민도’를 그려야 하나.”를 묻고 있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더 질문을 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유민도를 그릴 사람은 누구인가?”    

   

작가는 책머리에서 이 책의 주제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우리는 인권 문제에 있어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도 경제적 위기에 몰려 고통 받고 있을 사람들에게 방관하는 가해자가 아닌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제 가난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우리 공공의 문제가 되었다. 지금처럼 여러 사회적 악재 요인들이 가난한 사람의 가난을 더욱 부추기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가난하지 않을 권리’는 우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기본권이다. 일자리로서 가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사회 배당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코로나 19로 생존이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많을 것이다.


생존을 위한 장발장이 뉴스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국가가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위험하다. 작가는 이제 임금 없는 지금의 가난과 불평등은 사회의 책임,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유민도’를 그리는 화가로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작가처럼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글을 쓰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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