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관계학 - 마법 같은 관계의 법칙
언젠가 어떤 이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에 대한 평가의 말 대신 내게 문장 하나를 시니컬하게 툭 던졌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이 내게 오도록.”
모든 것이 멈춰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화면이 정지하고 그대로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가 ‘좋다’ 혹은 ‘나쁘다’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평의 답을 내놓을 줄 알았다. 나는 내심 ‘당신은 나쁜 사람 아닌가?’라는 오만한 답까지 내려놓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을 무척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다가 평소 맘에 들지 않던 사람이 그럴듯한 말들로 자기를 포장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니 심사가 뒤틀려서 했던 참으로 무례한 물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의 예상을 뒤엎고 아주 세련된 언어로 내 물음을 되돌려 준 것이다. 마치 ‘그러는 당신은 어떤대? 넌 좋은 사람인가?’라고 내게 반문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의 패배를 마음속으로 시인해야 했다. 뜨끔했다. 내가 파놓은 함정에 내가 빠진 기분이었다. 잘못된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였다는 걸 알게된 순간이었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좋은 사람이 내 옆에 있어주길 바랐던 나. 그에게 내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때의 나는 비루한 내게 염증이 났고 세상과 사람에 대해 적의감을 품었다. 그래서 모든 것에 삐딱했다. 내 마음 하나도 책임지지도 못하고 곁사람에게 의지하려 드는 나약한 나를 깨닫게 될 무렵이었다.
그렇다면, 변화가 필요했다.
상대에게 나를 봐달라고 징징거리는 것은 관계를 깨트리는 지름길과 같다. 홀로서기, 독립적인 나로 살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혼자 놀기를 잘해야 한다. 내가 나를 알고 나와 잘 놀 수 있을 때 상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먼저 루즈한 나의 일상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미술관 관람, 공연보기, 책 읽기, 골목길 여행, 공원 산책, 누구라도, 언제라도, 혼자라도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로 일상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비 생산적인 감정소비를 밀쳐두고, 타인을 의지하는 외로움의 습관을 버리고, 나 자신을 의지하려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심심한 일상이 좋아졌고 외로움이 전해주는 고독한 감정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로 살다보니 저절로 생긴 자기개발의 성취감도 생겼다.
심리적 태도도 달라졌다. 여유와 긍정의 마음이 생겨났다. 내 하루가 깊은 것들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집중하면서 생성되는 사유의 자극들이 좋았다. 생각의 조각들을 질서 있게 나열하는 시간들이 마음을 배부르게 했다. 긍정된 내가 되어갔다.
부정의 나는 타인 모습을 주시하지만 긍정의 나는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동안의 나는 타자들 때문에 내 삶이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모습을 볼 줄 모르고 불편한 관계의 이유를 상대에게 찾으려 했던 미성숙한 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내가 나자신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자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선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들은 더이상 미련을 갖지 않고 과감하게 놓아버릴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나로 살게 된것이다. 이를 위해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흘렀다. 문득 내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법처럼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