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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Apr 20. 2021

Sweet step, 호수의 아침

오늘 나는요 I want to dance with you
자 내손을 잡고서 함께 해줘요.
1,2,3 오른발 왼발
1,2,3 왼발 오른발
1,2,3 다시 오른발 왼발
1,2,3 Yeah Yeah    

 

나는 오늘도 아침을 걷는다. 어제의 감성의 여운이 남은 나는 오늘도 호수 공원을 걸으며 요조의 ‘Sweet step’을 듣는다. 상큼한 아침잠을 깨고 달콤한 걸음을 걷는다. 내가 아침을 걷는 다는 것은 Sweet step을 걸을 수 있는 상태, 무리 없는 컨디션이라는 의미이다. 나는 호수를 뱅글뱅글 돌며 어제도 걷고 오늘도 걷는다. 아침을 깨우고 호수의 원을 걷다보면 어느새 햇살을 한 가득 안고 걷게 된다. 아침의 찬기가 온기가 되어 얼굴에 땀이 송글거리게 된다.


호수의 아침은 사계절이 새롭다. 봄에는 꽃잎을 날려 우리를 환대하고 여름엔 울창한 초록 숲과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가 우리의 땀을 씻어 준다. 가을엔 풍성한 낙엽이 발길에 부딪히며 사각사각 노래하는 벗이 되고 겨울엔 볕 좋은 벤치에 햇살과 함께 나란히 앉아 시리도록 하얀 추억을 회상한다.


일산호수공원의 아침

나는 오늘처럼 Sweet step을 걸을 수 있는 컨디션일 경우 가끔 우리동네 호수공원에 가곤 하는데 내가 갈 때마다 항상 보는 사람이 있다. 1년 전부터 보았던 사람을 오늘도 보았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쓰고 옷을 여미고 단단히 중무장을 해서 얼굴을 알아볼 순 없지만 내가 호수에서 아침을 맞는 날이면 어김없이 걷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을 보면 내 친구라도 만난 듯 반갑다. 한층 건강해 진 모습이니 기쁜 마음에 인사라도 나누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는 아주 여윈 여성이다. 한 눈에 봐도 병색이 있어 보인다. 걷기를 먹고 사는 일처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계절마다 변화되는 주변풍경에 시선을 주지도 않고 사색에 잠길 일도 없이 앞만 보고 걸어갔다. 오로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일념이 삶의 전부처럼 보였다.


그에게 공원에서의 걷기는 오늘 삶의 시작일 것이다.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있는 것이다. 시작은 내일을 살겠다는 각오와 같은 것이다. 나는 스윗한 컨디션일 때만 공원에 가지만 그는 하루의 시작을 호수의 원을 그려야만 앞으로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조금 절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속엔 그러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아침에 공원을 걷다보면 노인이나 아픈 이들이 건강 회복을 위해 걷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우리의 공원은 나를 지키기 위한 투지와 위안의 장소가 된다. 피로한 우리의 일상을 포근하게 안아 다시 생동감 있는 일상으로 회복시켜주는 가장 친근하고 편안한 친구가 된다. 


공원에는 혼자 발길을 한 사람들 일색이지만, 그들은 어제도 오늘도 나와 함께한 사람들이다. 새벽을 열고 홀로 와서 호수의 아침의 풍경을 함께 이루는 사람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시간이 공원에서의 시간이다.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항상 친구와 함께 걷는 것 같은 마음이 호수의 아침이다.


이 삭막한 도시생활에서의 잘 가꾸어진 이곳은 나의 내밀한 친구이자 사색의 동지이다. 나는 멍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도 이곳을 걸을 땐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처럼 아름다운 아티스트의 음악이 함께 있다면 내 걸음은 산문이 되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되기도 하고 땀에 흠뻑 젖는 역동적인 스포츠 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내가 있고 나의 친구들이 있는 호수의 아침을 너무도 사랑한다. 나는 오늘도 공원에서 알 수 없는 당신의 손을 꼭 잡고 함께 춤을 춘다. 1,2,3 오른발 왼발. 1,2,3 왼발 오른발. 나는 오늘도 달콤한 아침을 맞는다.      


https://youtu.be/uodek7lZa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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