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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Apr 29. 2021

아무튼, 떡볶이

요조 에세이

이번에는 요조의 책을 만나보기로 했다. 상상하면 할수록 요조의 담백한 매력이 좋다. 요조처럼 빈티지 차림을 하고 요조의 책을 찾으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글쓰기 선생님께서 요조의 에세이 떡볶이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유하셔 ‘아무튼, 떡볶이’ 책을 먼저 선점하고 ‘오늘도, 무사’란 책도 대여해 왔다.


일찍 귀가한 남편에게 오늘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자고 말했다. ‘아무튼, 떡볶이’를 읽기 위한 사전 행사를 하고 싶었다. 나도 요조처럼 의미부여를 좋아하고 주기별로 떡볶이를 먹어야 하는 식탐의 소유자이다. 때마침 그 주기가 찾아왔는지 냉장고에 떡볶이 재료를 사다 놓았다. 참고로 우리 집에선 ‘미쓰리’ 떡볶이 소스를 가장 선호한다. 이소스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좋아하는 주꾸미 볶음은 물론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요리와 모두 찰떡궁합처럼 잘 어울린다.



요리는 남편에게 미루었다. 남편이 떡볶이를 먹자고는 내말에 적극적으로 응수를 했기 때문이다. 이럴 땐 흔쾌히, 아주 적극적으로 남편에게 요리권을 떠 넘겨줘야 한다. 잘한다잘한다 엉덩이도 두들겨주면서. 그러면 또 신이 나서 이것저것 다 몰아넣고 짬뽕요리를 만들어낸다. 남편은 ‘남성은 이과성향이 짙어서 실험정신이 강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아주 걸맞게 실험적 요리를 좋아한다. 그런 요리는, 제발 혼자 먹을 때 하면 좋겠다. 이번엔 육수용 멸치를 건져내지 않아서 떡볶이를 먹을 때마다 멸치 잔뼈가 이물감을 주었다. 바다 생물이라면 멸치 똥도 버리는 걸 아까워하는 사람이니…. 나는 속으로 ‘이·떡·망’을 외쳤다. 그러나 나는 맛있는 척하며 깨작깨작 먹었다. 맛없다고 말하는 순간 남편은 얼굴색이 변하고 더 이상 그 요리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 두 아들들은 중·고등학교 내내 일요일 아침마다 만두를 넣은 떡국을 먹어야 했다. 나중에는 응용력이 생겨서 인스턴트 사골국물로 손쉽게 끓여 주었다. 떡볶이에 미쓰리의 도움을 받았듯 떡국도 오뚜기양의 도움을 받았다. 떡국을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밥상을 한 끼라도 덜 차리고 싶은 나는 한 끼 때우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그저 그런 떡국을 매주 감사히 받아먹었다. 착한 아들들도 속으론 질려하면서 말없이 묵묵히 받아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용감한 둘째 아들이 말을 해버렸다. “떡국, 질려요.” “…….” 그 뒤로 일요일마다 있던 우리 집 떡국 의식은 사라졌다.


요즘 또 남편은 달걀을 그렇게 또 잘 말아댄다. 계란프라이는 몰라도 달걀말이는 나의 고유영역이라고 침범을 하지 않던 남편이 어느 날 달걀말이를 했는데 진짜 잘했다. 또 잘한다잘한다 진심어린 칭찬을 몇 번 해줬더니 그 뒤로도 계속 달걀을 말아댄다.

     

아무튼, 떡볶이! 내가 원하는 떡볶이 맛이 아니어서 속상했다. 원인은 남편 옆에서 미쓰리가 돕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한동안 남편이 미쓰리를 너무 많이 집으로 데려오길래 나는 더 이상 못 참고 미쓰리 좀 그만 데려오라고 쏘아부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미쓰리는 우리집에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오늘 일을 겪고 나니 그때 좀 살살 말할 걸 싶었다.


요조 책을 말하려다 우리 집 이야기만 잔뜩 하게 되었다. 요조의 떡볶이 책은 노래만큼 유쾌하고 맑았다. 두 번 정도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해서 나 혼자만 있는 우리집인데도 나는 멈칫하며 주변을 둘러봐야 했다. 나는 요조를 조금은 침잠한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그의 글과 노래를 보니 명랑하고 발랄한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나의 편견일 수 있다. 책으로, 노래로, 이미지로 그 사람의 전부를 평가하면 안 된다. 나는 요조의 노래와 책을 알 뿐, 요조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 누구나 다 그렇다. 보여 지는 내가 전부가 아니듯 보여 지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섣불리 평가하면 안 된다. 요조의 뒷모습이 나쁠 것이라 상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잠깐 보고 느낀 프레임에 요조를 가두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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