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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Feb 19. 2021

우리 생애에 푸팟퐁커리는 처음이라서.

7인의 작가가 ‘책장위의 고양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7명의 작가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독자들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메일을 보내는 작업인데 매주마다 작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첫 문장을 정해서 그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다.

‘책장위의 고양이는 한동안 독자들의 책장위에서 함께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1년 동안 모아진 글을 묶어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라는 책을 펴냈다.     


그러니까 내가 푸팟퐁커리를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라는 에세이를 읽고 나서이다. '푸팟퐁커리'는 남궁인이라는 작가가 정한 첫문장이었다. 유쾌한 작가답게 남다르고 특이한 소재를 제시하기로 작심을 한 것 같다.

이 황당한 문장을 맞아 몇몇 작가들은 난생처음으로 푸팟퐁커리를 먹기 위해서 부랴부랴 태국식당을 찾기도 했다. 푸팟퐁커리를 알아야 이 첫 문장에 알 맞는 글을 쓸테니까. 하지만 어떤 작가는 푸팟퐁커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푸팟퐁커리가 무척 궁금해져서 한번 먹어보기로 결심했다.

   

내게는 오래된 태국음식점 5만원 무료시식권이 있었다. 한기명이 라디오 생방송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를 응원하고자 댓글을 달고 받은 것이다. 나는 낯선 음식을 싫어한다. 타지 음식도 먹기 힘든 내가 이국 음식을 찾아서 먹는 다는 것은 나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방치하고 있었던 시식권이었다. 그런데 남궁인작가가 던진 첫 문장 때문에 나도 이참에 푸팟퐁커리를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이도 시식권은 유효했다. 직접 내 돈을 내고 먹는 것이 아니니 먹지 못한다 해도 도중에 포기하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험삼아 도전해보기로 했다.

     



얼마 후 남편과 함께 태국음식점을 찾았다. 우리는 무조건 푸팟퐁커리는 기본메뉴로 정하고 매콤한 왕새우팟타이도 주문했다. 푸팟퐁커리는 게를 바삭하게 튀겨내어 곁들인 카레요리였다. 음식향도 거북하지 않고 플레이팅도 훌륭했다. 재료가 익숙한 요리여서 다행이다, 싶었다. 튀긴 게와 게살이 들어간 커리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감을 안고 게살이 가득한 커리에 밥을 섞어서 먹었다. 달큼하고 고소한 맛이 꽤 괜찮았다. 이번엔 커리에 퐁당 빠져 노란 옷을 입은 게를 먹어볼 차례이다. 게 맛은 바삭하게 튀겨진 것이 일품이었다. 게를 통째로 먹는데 이렇게 연하고 고소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집에서 작은 게를 몇 번 튀겨 먹어 보았지만 이렇게 연하고 바삭한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푸팟퐁커리의 특별함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남편에게 “이거 참 맛있다~ 오길 참 잘했어.”라고 말하면서 푸팟퐁커리를 몇 번 더 먹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몇 번이 끝이었다.

나는 시나브로 행동이 느려지면서 젓가락을 테이블위에 가지런히 모아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느끼하고 속이 더부룩해져서 더 이상 먹을 수 가 없었다. 푸팟퐁커리는 포만감이 빨리 찾아오는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물까지 다 마시고 식사가 모두 끝이 났음을 표하자 남편의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남편은 절대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우리 집 잔반처리의 경력만도 20여년이다. 그런 남편이 이 음식들을 다 먹지 못했다. 푸팟퐁커리는 우리가 촌데라 한국인임을 다시한번 각인시켜준 이국의 요리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우리나라 매콤한 비빔국수가 생각나는 건 뭘까.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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