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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May 19. 2021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산문을 읽고.

심보선 시인은 시는 두 번째 사람이 쓰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거라고.(96p)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내가 읽은 요조의 세 번째 에세이이다. 『오늘도 무사』라는 제목도 질투 날 정도로 좋았는데 이번 책 제목도 참 멋졌다.


암만암만, 실패를 사랑할 줄 알아야 성공이 실패와 실패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을 자리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다 못해 자칫 혐오라도 하게 된다면 성공도 쫄아버려 우리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주춤거리거나 달아나 버릴 것이다. 그것만큼 후회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실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위축된 마음을 다독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삶이란 즐거이 기꺼이 씹다 뱉을 수 있는 ‘쉬운 껌’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예술만큼 시간과 경력이 쌓일수록 불안의 강도가 큰 직업이 또 없을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누구라도 할것없이 불안한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강요당하며 살고 있다. 이 불안한 세계 속에서 우리가 함유하며 살아야 할 것은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미래의 나를 희망하고 선망하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갸륵히 여길 줄 아는 넓은 아량일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다독여 자존을 놓치지 않는 지혜를, 이웃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똑똑함을 갖는 것일지 모르겠다.


요조를 좋아하게 된 건 나의 배우자가 먼저였다. 요즘 내가 요조에게 빠져 관심을 갖게 되자 그가 요조를 처음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요조는 언제부터!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우리 회사에서 만든 올림푸스 광고에서 CF송으로 요조의 노래를 사용했어. 김태희가 광고모델이었고.”

“그래? 요조노래가 광고계에서 인기가 많았나보네?”

“요조의 노래풍이 광고와 잘어울렸어.”

     

광고 삽입곡 <꽃> (요조)

나의 배우자는 꽤 오랜 세월을 광고대행사에 근무했었는데 2008년 그의 회사에서 만든 올림푸스 카메라 광고에서 요조노래를  CF송으로 사용했다 했다.. 나의 배우자가 갑자기 존경스러워졌다. 요조를 2008년부터 알고 있었다니.


나는 요즘 요조의 책들을 읽으면서 그를 새롭게 알아간다. 예기치 않은 동생의 죽음때문이었을까? 그는 시인이 말한 것처럼 두 번째 슬픈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첫 번째 슬픈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 나는 그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읽었다. 그의 마음을 쫓아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도 책을 읽으며 느꼈고 일렁였고 인간애를 쌓아갔다. 책을 읽는 이유가 나와 같았다. 포기인 듯 체념인 듯 ‘나’에게 맞는 삶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나와 비슷하게.


요조는 삶에 쫄지 않는다. 이 따위 가소로운 삶을 폴짝폴짝 한줄 줄넘기처럼 기꺼이 가볍게 넘어서는 용기 있는 자로 살게 한다. 형식 없는 그의 글처럼 그의 삶 또한 불구속을 주장하고 있었다. 불구속의 삶은 실패도 없다. 그래서 그의 글은 그의 삶처럼 자유로워 굳이 틀에 가두지 않아도 달게 읽혀진다. 그의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면 그뿐이다. 삶에 쫄지 않으니 자유를 얻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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