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2021 슈퍼밴드 2, 여성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어젯밤에 jtbc에서 방송하는 뮤지션 발굴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2를 시청하게 되었다. 나는 방구석에서 손쉽게 이들의 뛰어난 공연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한 이들의 풋풋한 열정이 좋았다. 경쟁 심리로 바득 거리지 않는 풋풋함 말이다.
슈퍼밴드 2의 첫 회에선 참가자들이 솔로로서의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오디션에서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축제와 같은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전반부보다 후반부에서 더 자기 다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긴장 때문인지 처음엔 정답을 맞히듯 꼭꼭 씹어 노래를 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자기경지에 흠뻑 빠져 어느새 무대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심사위원들도 음악에 흘러 완전하게 빠져 즐기는 사람에게 호평을 했다. 역시 즐기는 자에겐 당할 제간은 없나 보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과 훈련을 했을 터였다. 그러나 그들에겐 입시경쟁처럼 경쟁의 핍박에 시달리는 듯한 부담감은 없어 보였다. 과한 바람과 각오 같은 것이 없어 보여서 좋았다. 참가자도 보는 이도 즐기게 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인정받음에 감동의 눈물은 흘리지만 패배라 해서 쓰라림으로 좌절하지 않을 것 같은 신인류를 보며 여전한 힘든 삶 속에서 무엇이 이들을 달라지게 했는지가 궁금했다.
이번 오디션은 언더그라운드에서 꽤 유명한 프로페셔널한 사람도, 잘 훈련된 아마추어도, 국적도, 인종도, 성별도, 예술의 분야도 제한 없는 기회였으므로 프로그램은 더 다양성을 갖췄다. 클래식, 힙합, 록, 국악 등 클래식과 POP이 만난 이곳에서 어떤 음악과 스타가 탄생될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제각각 반짝거렸다. 그리고 자유로웠다. 그러나 밴드는 팀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 각자의 능력이 돋보이는 것보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 나는 각각의 능력을 누르기엔 너무도 훌륭한 빛을 뿜는 이들이 어떻게 조화와 연대를 이루어 나갈지가 궁금해졌다.
그렇지만 내가 이번 슈퍼밴드 2에 특별히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남성만의 영역일 것 같았던 록 보컬, 드럼 연주, 일렉트릭 기타, 클래식 기타 연주자로 여성들이 당당히 등장했다. 그런데 그 실력이 심상치 않다. 나는 작은 체구에서 부드러운 얼굴로 거침없이 발산하는 여성들의 실력에 대리만족을 느꼈다. 이번 오디션에선 여성 참가자들이 유독 많이 보였고 그 실력이 매력을 넘어 마력으로 보이고 있었다. 현시대의 여성들의 포지션이 이렇게 많이 달라졌다고? 이렇게 멋질 수 있다고? 이미 유튜브에서 프로페셔널함을 검증받은 드럼 연주자, 카리스마 넘치는 록 보컬, 8,90년대의 록 전설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자.
‘이 여성들을 보게나. 정말 무대를 찢는구나. 아마도 이게 바로 여성운동이지, 뭐겠어?’
그러나 나는 이번 글을 쓰기 위해 슈퍼밴드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 실망스러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2019년 슈퍼밴드 1에서는 참가자격이 남성 뮤지션에 한정을 두어 논란이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도 이번 시즌에는 그간 논란이 되었던 여성에 대한 배제는 명백히 ‘여성 뮤지션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적 여론을 수렴하여 여성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여성들은 빛이 나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그 실력을 표출할 사회적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기간을 훈련하고 습득해야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예술이라는 특수한 장르에서 불과 2년 사이에 실력이 이토록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지난 시즌에서 왜 여성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도 최근에 발생된 일이란 점이 불편했다. 지금의 이 시대에서 여성의 불평등한 사회적 포지션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지금 이 시대에, 젠더의 경계가 가장 무의미할 것 같은 예술분야에서 마저 여성이 배제될 수 있었다니 의아했다.
나는 이번 슈퍼밴드 2에서 보여 준 여성들의 활약을 보며 페미니즘을 생각한다. 상대에게 책임을 찾는 것이 아닌 내 안으로의 운동을 생각한다. 내가 사회운동이라는 것을 가까이 만날 때마다 부딪히는 생각이 있다. 사회운동은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 내가 변하고 성장하여 밖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나의 포지션이 사람들로 하여금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매력이란 어떻게 구연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여성주의자는 젠더의 강박이 없는 사람이다. 여성은 이래야 하고 남성은 저래야 한다는 젠더의 표본 의식이 없는 사람이다. 젠더의 강박 때문에 내가 원하는 일에 스스로 제약을 긋거나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운동은 더 이상 외부로의, 즉, 남성을 향한 구호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구호를 여성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남성의 변화에 기대지 않고 여성이 자유롭게 행동하고 젠더의 이분법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다.
그러므로 사회의 여건이 어떠했든 자신의 길을 거침없이 달려왔던 슈퍼밴드 2 여성 참가자들의 모습과 태도가 우리 사회의 내적 변화를 일으키고 물결이 되어 준, 이 현상이 완전한 페미니즘(사회운동)이 아니고 무엇일까. 페미니즘은 여성인 내가 노래할 자유, 춤출 자유, 연주할 자유, 예술할 자유, 사유할 자유, 음악 할 자유, 일할 자유를 찾는 것,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그 누구에게도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고 나의 욕구대로 나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번 시즌 슈퍼밴드 2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자기 안에서의 여성운동을 완성시킨 여성들의 등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