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가 수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해피 Nov 14. 2021

나는 첫눈에 너를 다 알것 같았다.


너는 바람이 허락한 날에야 볼 수 있다.

하늘이 순풍으로 양떼를 몰고 바다 냄새마저 순한 날,

오늘 만큼은 너를 볼 수 있을거라 확신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객선을 탔다.

하늘과 바람과 구름이 맑은 마음으로 너에게 가는 나를 반긴다.

바람은 내가 너에게 가까이 가자 파도를 불러 훼방을 부린다.

하지만 그건 귀여운 질투에 불과했다.

지난 번엔 바람의 변덕으로 너를 만날 수가 없었으므로.



나는 울렁이는 파도를 타고 너에게로 다가섰다.

여객선이 서서히 닻을 내렸다.

드디어, 바로, 내 앞에 서 있는 네가 보인다.

조각같은 얼굴과 서양남자처럼 쩍 갈리진 턱선같은 절벽.

너의 모든걸 아직 다 알지 못했는데도 너의 매력에 모두들 감탄했다.



폴짝!

나는 닻을 내린 여객선에서 뛰어내렸다.

너를 밟고 섰다.

나는 까치발을 살짝 세운채로 너의 전부를 본다.

더욱 아름다운 너.

섬이라고 말하기엔 몹시 아담하고 편평했다.

타원체의 목장이라고 부르면 딱 좋을 것 같은.

육지의 편평한 들판을 툭 떼 내어 바다 한 가운데에 그대로 심었나.

너는 달팽이 같은 작고 둥근 성당을 가지고 있을 뿐.

산도, 높은 빌딩도 없어 섬끝에서 섬끝까지 너를 첫눈에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감출 게 없고 감출 수도 없는 유리알처럼 투명한 너.

어떤 장애물도 속임수도 없는 너에 대한 믿음.

나는 첫눈에 너를 다 알것만 같았다.



투명한 너를 보노라면 내 눈은 너를 뚫고 수평선까지 달음질 해야 했고

타원체로 쏟아지는 휨없는 해가 눈부셔 나는 너의 무릎위로 시선을 내려야 했다.

너는 온화한 마음으로 햇살이 가득 담긴 선인장과 해화를 품고 있었다.

거친 바다 바람에도 살아 낸 선인장과 해화가 내게 미소를 보낸다.

투명한 네가 지켜낸 너의 벗들의 미소, 꼭 너를 닮아있다.

너를 닮아 하늘을 안은 맑은 바다와 투명한 하늘을 품었다.

나는 첫눈에도 유리알 같은 너를 다 알것만 같았다.

첫눈에 너를 다 볼 수 있어서, 아무런 불안도 의심도 없는 너라서,

네 안에 서있는 우리는 평화로웠다.



우리땅 최남단 땅끝, 네 이름은 제주 마라도.

매거진의 이전글 무심한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