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스스로 도는 힘

by 헬로해피 최유영

나는 현대인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많은 사람들 중,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을 분별하여 좋은 사람을 내 곁에 두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강의를 듣기 싫어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처럼 우울한 에너지를 뿜는 사람, 능력이 없어 도움도 못 되는 사람은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내가 경험했던 세상은 어둡고 침울한 사람을 밀어냈고 밝고 재미있는 사람을 선호했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함께 있어 도움이 되고 즐거울 사람을 좋아했다.


인간 사회가 그들이 말하는 이런 형태의 속성이라면 진정한 친구란 존재하지도 않고 사람을 믿고 의지할 일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친구는 사람에게 어떠한 존재이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사람은 친구에게 마음 어디까지를 원할 수 있고 마음 어디까지 허용하고 허락할 수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은 친구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나 또한 친구라는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쏟아야 편해질 때가 있었다. 내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의지하고 싶었을 때, 너무 억울해서 말이라도 해야 할 때였던 것 같다. 그래서 쓸쓸하고 억울한 마음에 별로 유쾌하지 않은 말들을 친구라는 이름의 존재들에게 했다. 고해성사를 하듯. 그러고 나면 친구라는 사람들은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렇게 나는 알지 못하는 외로운 아픔을 겪다 결국 혼자가 되었다. 진정한 친구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탓하면서. 그리고는 혼자로의 자숙의 시간(?), 붓다처럼 고행의 시간(?), 생각의 시간을 꽤 오랫동안 보내고 난 먼 훗날에야 알아채게 되었다.


‘나라도 나 같은 사람 재미없을거야.’


자숙, 고행, 성찰 이런 교양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하나둘씩 저절로 보이게 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 시기가 내겐 가장 커다란 마음공부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사람을 의지하는 대신 나 자신을 세우려 노력했고 사람들에게 좀 더 유쾌한 나와 좋은 모습의 나를 보여주려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짜 유쾌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긍정의 내가 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게 내가 홀로 서게 되면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고 그 외로움을 잘 요리할 줄 알아야 세상 앞에 초라해지지 않는다는 것, 혼자인 자신을 즐길 수 있을 때 사람에게 상처 받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고독의 진한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나 할까. 상처가 약이 된 셈이다.


자신은 형편없는 말이나 쏟아내면서 좋은 친구 관계를 바라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내가 어떤 사람일지라도 사랑받고 이해받을 자격이 있는 거라면 나 또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란 말인가. 살다 보면 마음이 쓰러질 듯 아플 때가 있고 사람에게 한없이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날이 찾아올 때의 사람들을 위해 하나의 생각을 제안해 본다.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다. 고행성사를 할 대상은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면 된다. 고해실의 신부나 불특정 한 신이어도. 책 속의 인물이라도. 컴퓨터나 일기장이어도 좋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성당에 가서 진짜 고행 성사를 해도 좋겠다. 고해실의 신부처럼 내 무거운 마음을 들어줄 대상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운이 좋은 일이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원한다. 하지만 모순은 사람들은 친구의 무거운 마음이 내게 전이라도 될까 몹시 겁을 낸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는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원하면서 나는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을 찾는다. 이런 마음, 누구의 탓도 아니다. 이 만큼 살고 보니 알게 되었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라는 것을. 행복하고 싶은 마음, 즐겁고 싶은 마음, 가볍고 싶은 마음, 나를 이런 행복의 감정으로 이끌어 줄 사람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는 것을. 그래야 내 삶이 평온할 수 있으므로. 이런 이기적인 마음이 돌고 돌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외롭게 한다. 그 외로움을 견디는 힘을 갖는 것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인간에 대한 한계를 깨닫고 각자의 방법대로 자기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방어기제를 하나씩 장착하게 되어 가는 과정.


나의 경우는 나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블로그에 가끔 고해성사를 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 글을 읽고 나를 위로하는 사람들의 공감의 댓글이라도 있는 날엔 차디 찬 외로움을 떨쳐 버릴 수가 있었다. 그럴 때면 정말이지 내가 잘못되었다거나, 혼자라는 생각이 싹 사라진다. 아무런 댓 구가 없더라도 그 고민들이 내 마음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후련해 짐을 느낀다.


오늘 밤 당신이 말하고 싶은 무엇이 있거나 꺼내기 힘든 말들이 있다면 촛불을 켜거나 일기장을 열고 신에게 고하 듯 고해성사를 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