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주 금촌 2동 관하 공릉천 일대의 변화가 인상 깊다. 3년째, 이곳은 봄나들이 장소로 사람들에게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유는 튤립 십여만 송이가 공릉천 일대를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의 파주 공릉천은 국가 공유지로 자연은 살아있지만 관리되지 않아 사람들의 산책 공간으로 역할을 하기에는 다소 위험했고 불편했었다. 야생의 억새풀과 외래 유해식물들이 번식해서 우리나라 고유의 강변의 느낌이 사라졌던 곳, 그리고 각종 쓰레기가 방치되어 야생 그 자체였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철새와 생물들이 서식해서 시민들에게 살아있는 자연의 특별함과 청정한 공기를 전해주었다는 점이다. 그랬던 이곳이 자발적인 시민들의 힘으로 파주의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파주 공릉천이 이렇게 변화를 이룬 데에는 숨은 공로자가 따로 있다. 바로 파주공감(파주 공릉천 감성이야기) 강석훈 대표다. 그가 바로 파주 공릉천에 튤립을 처음 들여온 사람이다.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도 아니고 튤립을 파주 공릉천에 처음으로 뿌리내리게 한 주역이다.
이야기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대표는 10여 년 즈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공릉천 수변 유해식물을 제거하고 관리를 해왔다고 한다. 딱히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 시간들이 그냥 즐거웠다고 했다. 무상무념으로 땀을 흠뻑 흘려가며 일을 하다 보면 왠지 모를 충만감에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강대표는 이 공간에 애착이 형성이 되었고 더 나아가 공릉천을 더 많은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공유하고 싶었다 한다. 어쩌면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 속에서 안정과 평화로움을 찾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런 자연이 주는 따뜻한 온기의 힘이 강대표를 주변을 돌보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하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따뜻한 마음과 행동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천변에 유해식물을 거두어 내고 길을 가로막는 무질서한 나무들의 가지를 정리하여 산책길을 내고 억샌 풀들을 잘라내고 뽑아내느라 예초기를 돌리다가 정강이에 쇠가 박히는 위험도 있었다고 하니……. 이런 모습들을 먼발치에서 라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힘든 일을 왜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냐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이 이상하고 기이한 일을 강대표가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꾼 한 공간에 튤립을 심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전 국민에게 파주가 튤립 명소로 이름을 오르내리게 된 것은.
강대표의 튤립정원은 일파만파 전해져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공릉천을 이용하고 있던 금촌 2동 사람들, 인근 주민자치회, 금촌 2동 행복지원센터, 그리고 파주시가 공릉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런 관심이 공동체의 연대로 이어졌고 십여만 송이의 튤립이 파주 공릉천을 물들이게 했다.
아름다운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인가 보다.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된 이곳은 빠른 속도로 파주시의 관광 명소가 되어 인터넷 포털에 체험 후기로 도배가 되었다. 그것이 3년째로 이어진 것이다. 이 전후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또 나 또한 지자체의 생활정치를 일일이 다 모르는 사람으로서, 지역 어딘가에 변화가 생겼다 하면 관이 중심이 되어 상상력을 발휘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파주 공릉천이 변화되어 온 과정을 직접 듣고 보았다. 한 사람의 시작으로, 노력으로 이렇게 큰 공감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다. 한 사람이 정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한 경험이었다. 물론 정부가 중심이 되는 것보다 수십 배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체감했다.
그럼에도 분명 우리 사회는 이러한 한 사람의 노력이 불씨가 되어 변화된 것들이 많다. 그 길이 너무도 좋아서 시작한 한 사람이, 불편을 느낀 한 사람이, 부당하고 불합리한 것에 분노한 한 사람이, 세상을, 사람을 사랑한 한 사람이 일으킨 변화는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사실 나는 그 세상을 위한 희생이라는 것을 칭송하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사회적 구조에 의해 자의든 타의든 강요된 희생이 한 인격체를 얼마나 갉아먹고 힘들게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대표처럼 그 길이 좋아서였다면, 그 일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되었다면, 가시밭길인줄 알면서도 스스로 원한 것이라면 그들의 숭고한 마음에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누구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일이므로. 또 분명 그 한 사람이 물결이 되어 세상은 변화되고 바른 빛을 발하며 조금씩 진보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해마다 파주 공릉천이 데리고 오는 봄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십여만 송이의 튤립이 만개하는 날을 기다린다. 많은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인가 보다. 불과 3년인데 파주 공릉천의 튤립 정원은 지역의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변화되어 가는 공릉천을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도 엄습한다. 최근 파주 공릉천일대의 하천정비사업으로 빚어지는 갈등을 보며 마음이 무겁다. 파주 공릉천의 이 변화들이 정치적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되고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발전이 친 자연적 환경에 해가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파주를 사랑한다. 정확히 말하면 파주의 친 자연적 환경을 사랑한다. 내가 상상하는 파주의 미래는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