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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May 25. 2023

내가 ‘도끼녀’가 된 사연

내가 ‘도끼녀’가 된 사연


우리집에 중문을 설치를 목적으로 시공업체를 알아 보기 위해 킨텍스 건축 박람회에 갔다. 1년을 기다린 나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동안 브랜드, 사재 인테리어 업체를 모두 탐색한 결과 중문은 사재 인테리어 업체에서 해야겠다는 결론이 섰다. 같은 사양을 기준으로 사재로 설치했을 경우 브랜드보다 100만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때문이다. 그렇다면 믿을 만한 사재(중소기업) 인테리어 업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 신뢰감은 제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에 무한한 정보들이 넘쳤지만 우리 처럼 옛날 감성을 가진 사람들의 믿음을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킨텍스 박람회를 자주 이용한다. 전국에서 모여든 업체들의 정보를 얻고 직접 보고 물건을 구입하거나 결정을 내린다. 사실 작년시즌에도 킨텍스 건축박람회에 갔다가 중소기업 중문업체의 견본을 보았고 견적을 받아보았었다. 그러나 작년엔 중문까지 설치할 여력이 없어서 1년뒤로 미루기로 했었다. 

그렇게 나는 이번 시즌 건축박람회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건축 박람회장을 찾게 되었는데…….

건축 박람회에는 남편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건축에 관한 모든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 혼자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남편은 꼼꼼히 구경한다. 그 중 남편의 이목을 사로 잡은 것이 있었으니, 농기구 전시장이었다. 호미와 낫과 삽, 갈퀴같은 것들이 엄청난 규모로 전시되어 있었다.

남편이 갈고리 모양의 농기구 하나를 골랐다. 남편은 약초 채취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순간 주말에 방문할 살레텃밭 선물로 농기구를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호미를 하나 샀다. 뭔지 약해보여 망설였지만 텃밭에 두면 여러모로 쓸모 있는 물건이라 생각했다. 그러고도 남편은 이 전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이것 저것 살펴더니 도끼 망치(도끼와 망치가 한몸에 붙어 있는)앞에 섰다. 선물로 이걸 하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오호~ 정말 살레텃밭 지인 법흥리 4동 마성태 이장에게 줄 선물로 딱이었다. 최근 그는 돌담 쌓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강한 이미지인 그에겐 호미보다 망치나 도끼같은 것이 더 어울려 보였다. 모양도 귀엽고 깜찍하게 예뻤다. (큰 도끼를 상상하지 마시라...^^) 당장에 호미를 도끼망치로 교환했다. 이 순간부터 이 기막힌 선물을 빨리 주고 싶어서 마음이 더 설랬다. 도끼 망치에 새로 구입한 베개닛을 감싸고 있던 무명천 느낌의 끈을 상표도 떼지 않고 대충 감아 내츄럴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선물은 주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실감하며 친한 언니를 섭외하여 살레텃밭을 찾았다. 살레텃밭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 이유가 있다. 어스름한 저녁의 살레텃밭의 사진 때문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텃밭의 모습이 아니었다. 텃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바나나껍질로 된 카펫과 테이블과 조명이 있는 낭만적인 텃밭 이라니…. 지역 공동체가 만든 텃밭이며 자연체험학습도 이루어지는 곳이라 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살짝쿵 한번 들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이런 충동을 느낄까 싶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생각했지만, 내게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친구가 있다. 친구가 흥쾌히 함께 가겠다고 했다. 나는 이친구 덕분에 이내 평범한 인물이 된다.

어느 오후 주말, 친구와 함께 살레 텃밭에 방문했다. 도끼 망치의 선물은 달라도 너무 다른 모양이었다. 마성태 이장은 이 선물을 받고 너무 즐거워 했다.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너무 재미있었다. 나의  이벤트 선물이 적중한 것에 희열을 느꼈다. 그는 이 도끼망치 선물을 주변인들에게 자랑했고 나는 그날 부터 ‘도끼녀’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이 사연을 모르는 사람은 ‘도끼녀’라는 이 별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하니 더욱 흡족하고 즐거워 진다. 일상의 행복이 뭐 별것인가? 이런 소소한 재미로 한바탕 크게 웃고 살면 되는거지.


Ps. 마성태 이장도  독특한 사람인데 무슬림 신자라 한다. 마성태 이장에게 알라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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