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파주 솔가람 아트홀에서는 파주시민을 위한 특별한 공연이 개최되었다. 전석 무료 오페라 공연으로 <파주테아터(Paju Theater)>가 무대에 올랐다. 파주테아터는 파주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문 오페라단이다. 함석헌 예술감독과 권수빈 대표가 이끄는 단체로 파주시에 거주하는 성악가들이 모여 결성된 단체다. 이들은 파주지역의 오페라와 클래식의 대중화와 음악으로 지역에 봉사하는 것이 결성의 목적이라고 한다.
이날 공연은 태풍 '카눈'이 경기북부에 관통하는 기상의 악조건 속에 열렸다. 하지만 음악회를 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으로 음악회는 더욱 뜻깊고 특별한 공연으로 기억될 수 있었다.
함석헌 단장은 태풍을 몰고 온 파주테아터라고 익살스러운 멘트로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태풍 속 암울한 날씨에 꽃이 주제가 된 음악회라니... 얼마나 언발란스한 음악회일까 생각도 되겠지만 그것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솔가람 아트홀은 꽃의 향기로, 봄날의 화사함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날 파주테아터가 들려준 노래는 마중(윤학준 곡), 꽃구름 속에(이흥렬 곡), 어느 봄날(정희선 곡), 꽃밭에서(이봉조 곡), 나 하나 꽃피어(윤학준 곡), 봄날은 간다(손로원 곡) 등의 꽃을 주제로 한 노래와 오페라 <카르맨>중 투우사의 노래,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마라',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은 열리고' 등 다수의 오페라를 전했다.
https://youtube.com/watch?v=TrU0NZ8a0Jg&feature=share
비 오는 날 다운되는 사람들의 기운을 한껏 화사하게 만들어준 태풍 속 음악회를 기적처럼 아름다운 꽃으로 물들인 아티스트는 M.Sop. 권수빈, Sop. 최수안, M.Sop. 남정희, Sop. 정은정, Ten. 김태형, Ten. 김홍제, C.Ten. 조요한과 바이올린 김나연, Bar. 류승완, 정윤교, 이대진이다. 출연진 모두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수학하고 활동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이날 공연에서 함석헌 예술감독의 진행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유쾌하고 따뜻한 그의 언어는 관객에게 험한 날씨를 까맣게 잊을 만큼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모두 꽃 한다 발씩 품에 안고 귀가를 했을 것만 같다.
함단장은 그의 친근하고 유쾌한 특유의 화법으로 출연한 성악가들의 은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는데, 그들의 인생 스토리를 엿듣고 노래를 들으니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특히 조요한 Countertenor(카운터테너)가 인상 깊다. 그는 남성으로서는 가지기 힘든 독특한 가성 음색의 소유자다.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영화 파리넬리를 소환하면 되겠다. 우리는 파리넬리의 목소리를 천상의 목소리로 기억하고 있는데 조요한씨가 그 음색의 목소리를 가졌다. 성악가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그의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도 몹시 공감이 되어 그의 음색이 더욱 아리고 호소력 있게 들려왔다. 역시 어떤 분야에서나 스토리의 힘은 마법처럼 다가오며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번 꽃피는 파주테아터 공연은 함단장의 편안한 진행 화법과 함께 파주테아터의 공연 선곡도 과히 훌륭했다. 관객 모두에게 꽃을 한 아름 안겨줄 것 같은 공연 콘셉트와 문턱이 한없이 높을 것만 같은 오페라 공연의 수준을 시민들의 공감대의 눈높이에 적절하게 맞췄던 훌륭한 공연이었다.
공연은 파주문화예술포럼(회장 최용석)의 후원과 파주도시관광공사가 함께 했다. 요즘 들어 지자체들이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훌륭하고 명성이 있는 아티스트들을 초대하는 자리가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매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요즘 같은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이와 같은 무대의 한 자락은 우리의 지친 일상에서 마주한 단비와 같은 존재다. 또한 시민들의 문화욕구의 수준도 높아졌다. 이를 지자체에서도 인식하고 시민들의 욕구에 맞는 공연문화에 더욱 많은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더불어 파주테아터가 파주지역의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꽃처럼 아름답고 태풍 같은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