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지만 더 가까운 느낌

자식들을 독립시켜라

by 헬로해피 최유영

멀리 있지만 더 가까운 느낌


사람들은 딸이 있어 참 좋다고 말들을 한다. 엄마에겐 꼭 딸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아들만 있는 나 같은 엄마를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딸이 왜 좋은지 잘 모르겠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키울 때도 딸이 주는 아기자기한 행복감이 참 많다고 하는데 나는 알지 못한다. 아니 꼭 딸이 아니어도 대략 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내 아들들의 사랑스러움과 같은 느낌 아닐까? 물론, 내 아들들이 세상의 딸들처럼 아기자기하거나 섬세해서가 아니라 나는 그들이 주는 무뚝뚝한 기쁨이 충분히 사랑스럽고 귀엽고 행복하단 뜻이다. 거기에 아들이 주는 듬직함은 덤이다.

다만 아들은 엄마와 재잘거리거나 애교를 떨지 않는다. 긴 통화나 잦은 연락도 없다. 그들의 일상을 내게 디테일하게 말하는 일도 그닥 없다. 나는 묻고 참견하고 싶어도 잔소리가 될까 조심하는 입장이었던 것 같다. 남자 사람들의 특성상 자꾸 뭘 묻는 걸 아주 싫어한다. 이런 면에선 딸들과 전혀 다른 성향이라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나 그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해외에 거주하게 되자 우리의 관계는 조금 바뀌었다. 남편과 나는 그들의 안전과 걱정으로 매주 1회는 전화를 해야 했고 그들의 일상을 캐묻게 되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들도 불편하거나 귀찮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을 잘해주고 있다. 어느 땐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긴 시간의 수다를 떨기도 한다. 특히 비교적 자신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말하는 둘째는 정말 구체적으로 말을 해준다. 허름한 중고차를 하나 샀는데 수리비만 100만 원이 들었다 거나 하우스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보쌈을 만들어 대접했다 거나 여자친구는 사귀지 않느냐는 나의 철없는 질문에 해외로 자꾸 떠돌아서 여자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다거나(정말 철없는 질문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인생을 살게 한 내가 잠시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투잡을 하고 싶지만 잘 구해지지 않는다는 고민 등등등.

일상의 대화가 어렵던 첫째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이제는 의무감으로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잘 대답해 주고 있다. 더블린 거리에 꼬리꼬리한 대마초 냄새가 진동한다는 거나, 그러나 자신은 한국에서 사온 전자담배나 피우겠다며 내 걱정을 잠재우고(15만원어치를 샀단다. 왜 나는 이말에 안심이 되는 건지? 우리나라가 새삼 청정국이란 생각을 하게 된), 시험기간이라고 말해주거나(고등학교때 성적표도 안보여주던 녀석임) 아일랜드 북부 도네갈로 일출을 보기 위해 1박 2일로 캠핑을 다녀왔다고 여행 사진도 보내왔다.(캠핑비용을 보내달라고 여행 증거사진을 보낸건 아닌지. 50만원을 보내줬다.) 알바를 구해서 다음 달부터는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되었다고 먼저 톡을 하더라는. 하긴 말하지 않으면 어쩌랴….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생활비를 받아 쓰고 있으므로.

며칠 전에는 둘째와 1시간 35분을 통화했다. 둘째가 한국에 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오히려 내가 먼저 미안해져 마무리하고자 “아들아, 우리 너무 오래 통화 했네?”라고 하자 아들도 조금 당혹스러워하면서 서둘러 전화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나자 둘째가 조금 짠하게 여겨졌다. ‘애가 외로운 가? 한국말이 고픈 가? 힘든 가?’ 그러나 나는 마음을 불안한 상황 쪽으로 몰고 가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은 훨씬 더 가까워진 것이다. 몸이 멀리 있기 때문에 전화로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므로 함께 있다면 나누지 못할 사랑의 표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전하고 있다. 나는 아들들의 건강을 얼굴색과 목소리 톤으로 체크하고 불안감을 해소한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불안하지 않도록 되도록 우리가 묻는 말에 최선을 다해 설명해 준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이 멀리 있는 지금이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진다. 밀도 있는 대화와 잦은 소통이 주는 감정 때문일 것이다. 비록 지금 그들의 방은 텅 비어 있지만, 그 대화와 소통의 힘으로 우리의 마음이 더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며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든 얼굴을 보고 통화할 수 있는 기술의 힘이 몸의 거리를 좁혀주기도 했지만 멀리 있어 애틋한 마음이 더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오히려 텅 빈 우리 집이 온기가 가득하게 느껴진다.

무뚝뚝한 자식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사랑의 표현을 나누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자식들을 독립시켜봐도 좋을 듯 하다. 될수록 멀리 떠나보낸다면 더 좋은 경험이 될수도 있겠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설이 있지만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 애틋해 질 수 있음을 알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