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가 모델이 될 가능성

by 헬로해피 최유영

초 여름 바람이 무척 시원한 날이었어요. J를 데리러 학교에 갔습니다. 종일반 교실로 향하는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사각사각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장난 바이올린을 켜는 것 같은, 어설픈, 그러나 너무나 다정한 소리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종일반 교실 앞 나무 그늘 아래 놓인 평상에 걸터 앉은 5명의 장애인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습니다. 선생님 두분이 열심히 지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한 마디의 리듬을 계속 반복해서 지도하고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곧잘 따라 합니다. 악보에 맞는 리듬소리를 내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예뻤습니다.


내 관심에 한 아이가 내게 낯선 사람을 향한 눈빛을 보냅니다. 잠시 당황한 나는,


“여기 종일반에 우리 아이 데리러 왔어. 너희들 너무 멋지다.”

라고 말을 합니다. 아이는 다시 수업에 열심입니다.


그 자리를 바로 떠나기가 아쉬워서 종일반 교실에서 나온 J랑 바이올린 수업을 잠깐 구경했습니다.


“J야, 형, 누나들이 바이올린을 연습하고 있네? 참 멋지지?”


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였습니다. 잠시 연주를 쉬는 틈을 타서 선생님 두분께 인사를 했습니다.


“너무 대단하세요. 정말 훌륭하셔요.”


선생님들이 수줍은 미소로 화답을 보냅니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인사를 뒤로 하고 J를 데리고 재활센터로 이동하는 내내 바이올린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한마디의 리듬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반복적인 학습을 했을까? 짠한 마음과 기특한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어진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바이올린 수업과 같은 특기를 살려줄 수 있는 수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요.


실제로 J의 학교에서는 국악부, 오케스트라, 합창단, 승마, 실내 클라이밍 등의 특색 사업이 있습니다. J를 데리러 갔을때 가끔 옆 건물에서 북을 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리듬이 제법 잘 맞아서 깜작 놀란적도 있습니다.


물론 발달장애의 정도에 따라 수업의 가능여부가 나누어지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J의 학교에서는 초,중,고를 졸업하고 진로직업 특수교육센터에 들어갈수 있습니다. 좋은 컨션을 가진 아이들에게 직업교육을 시켜 자립의 기회를 주는 곳입니다. 정리수납, 뷰티디자인, 바리스타 교육, 공예 등 자립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이곳을 거쳐 사회 곳곳으로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곳은 흔히 ‘이 세계의 서울대’라고 불릴정도로 어렵습니다. 그 만큼 발달장애인들의 사회로의 진출이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지증후군 J는 몸으로 하는 활동을 참 잘합니다. 메달리기, 실내 클라이밍을 정말 잘합니다. 수영도 좋아합니다. 자폐아 C는 그림을 참 잘그립니다. 지적 장애 S는 팔다리가 길고 예쁘며 항상 옷을 잘 차려 입습니다. 지적 장애 N은 노래를 배우고 있고 큰 무대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곧잘 합니다. 저는 이 아이들을 보며 생각하게 됩니다.


“J는 클라이밍을 하면 좋겠다. S는 모델을 하면 좋겠다. C는 화가가 되면 좋겠다. N이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J와 S의 엄마에게 이 뜻을 전한적도 있었죠. 그러나 그분들에겐 내말이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직 지시 사항에 따르는 것조차도 잘 안되고 통제가 힘드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되는 마음입니다. 거기다가 교육해줄 선생님이 흔하지 않을것이고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작은 가능성이 계속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러던 중 고양국제무용제 회장이자 시니어 모델수업을 활발히 진행중이신 임미경 선생님께서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체험 무용수업을 진행 하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선생님, 우리 지역 장애인 학교에서도 모델수업으로 진로 체험을 해주셔도 좋을것 같아요!”


고맙게도 선생님께서 좋은 생각이라며 한번 시도해보겠다고 답을 주셨습니다. 정말 기뻤고 감사했고 뿌듯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지역 장애인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열릴지도 모르니까요. 설혹,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살아가는 동안 장애인에게도 부모에게도 삶의 위로와 활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문화예술의 힘이니까요.


얼마전 우리 지역에서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오케스트라 수업의 진행을 돕기위한 자원 봉사자를 모집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서, 사회에서 함께 나아 간다면 S가 모델이 되는 일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것 같습니다.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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