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는 사람

by 헬로해피 최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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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병원에서 우연 씨는 청소 미화원 여사님 한 분을 알뜰살뜰 챙깁니다. 여사님은 우연 씨가 머물렀던 공간(J의 입원실) 청소 담당자였습니다. 우연 씨와는 점심 식사를 함께하는 등 낮병동 치료로 바꾼 지금까도 가까운 사이로 지낸다고 해요. 우연 씨가 여사님을 참 많이 챙겨드리는 것 같았어요. 매일 점심 식사도 같이 하고 있으니 식구라고 해도 되겠군요.


여사님은 청소미화원 동료분들 사이에서 왕따라고 했어요. 일을 잘 못 해서 동료 분들에게 불편을 끼쳤고 직설적인 말투 때문에 동료들의 미움을 받았다고 해요. 우연 씨는 동료분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점심 식사도 혼자 하시는 여사님이 안쓰러웠던 모양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여사님에게 마음을 쓰기 시작한 것이지요.


우연 씨도 청소 미화원 여사님이 동료들에게 미움받는 이유를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우연 씨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여사님의 좋은 점을 알고 있었죠. 여사님은 말투가 그럴 뿐 진실되고 착하신 분이라고 했어요. 자신은 말로만 교양 있는 사람보다 조금 거칠어도 위선과 거짓이 없는 투명한 사람이 더 좋다면서요. 우연 씨는 여사님의 보이는 모습 그 너머의 진짜를 보았던 거죠.


우연 씨가 여사님을 바라본 시선은 저와 결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을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는 시선말이죠.


청소 미화원 여사님을 떠올리니 뮈리엘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생각납니다.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보이는 것 그 너머가 있는' 르네라는 주인공과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는' 인물(팔로마와 오즈)들이 등장하여 우정을 쌓는 따뜻한 결말로 이끕니다. 슬픔 한 스푼이 첨가되어있지만요.


이 소설은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에 기초를 둔 것으로 '진짜를 보려면 고정된 관점으로 세상과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 관점으로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어떤 대상을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요.


소설의 주인공 르네의 보이는 모습은 부유층 공동 주택의 수위입니다. 르네(미셀부인)는 독학으로 쌓은 고차원의 교양과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하급 노동자인 수위라는 본캐만 인식할 뿐이죠. 르네의 지식인의 면모인 부캐는 보지 못한 채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르네의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는 사람이 나타나게 됩니다. 르네의 진짜를 알아봐 주고 르네의 위축된 마음에 자존감을 심어주게 됩니다. 수위는 수위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르네의 고정관념 혹은 트라우마를 깨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직접 목도하고 경험한 것이 진실일 거라고 믿는 우연 씨의 사고는 <우아한 고슴도치>가 의도한 주제의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사람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을 유의하는 사람입니다. 직접 경험한 것을 믿는 현상학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죠. 우아한 말투 속에 감춰진 위선과 가식을 더 못 견뎌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하루는 우연 씨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청소 미화원 여사님한테 왜 그렇게 잘해주는 거예요?"

"제 친한 친구 엄마가 국회의사당 청소 미화원으로 일하셨고 얼마 전 퇴직하셨어요. 주어진 환경에서 참 열심히 사셨고 인품도 훌륭하셨어요. 여사님을 보며 그 친구의 엄마가 생각나서 잘해드리고 싶었어요..."


역시 가여운 것들에 대한 연민이 가득한 우연 씨다운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어쩌면 우연 씨와 저는 청소 미화원 여사님이나 르네에게서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반응하고 그들을 알아봐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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