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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Dec 02. 2020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이수연 에세이

"현재를 살면 그것이 행복이다."


책 제목 :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지은이 : 이수연

출판사 : 다산북스

초판 1쇄  : 2018. 11. 13

초판 2쇄 : 2018. 12. 7


“누군가에게 이해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으니 조금씩 내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바라보는 나. 엉망이지만 잘 정돈된 책장 같은 모습의 나.” 196p


글쓰기 수업에서 이수연 작가를 알게 되었다.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한 하얀 얼굴이 해맑았다. 아직도 소녀티가 나는 그녀는 에세이 2권을 냈고 독립출판으로 자화상이라는 단편소설집도 냈다. 그녀는 항상 말수가 조용조용하고 웃는 모습이 아주 환해서 우울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먼저 쓴 첫 번째 책이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사람입니다.”이라고 했다. 일기가 그대로 책으로 나온 경우란다.


나는 그녀의 신작 소설집 ‘자화상’을 먼저 읽었다. 남다른 소재와 등장인물들의 내적 감정 표현이 아주 좋았다. 그녀의 말소리처럼 잔잔하면서도 확고한 사유가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읽어야 할 정보들이 쏟아지는 현시대에서 책을 선택하여 읽는다는 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그만큼 끌리는 매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나는 그녀가 글쓰기 수업의 동지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문장들에 이끌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사람입니다.”를 읽게 되었다.


우울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는 흔한 감정이다. 나도 많이 우울했던 시절이 있었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흔히 우리는 말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라고. 그만큼 우울증은 보통사람의 감정이었고 마음의 감기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수연 작가의 일기는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진실되어서 조금 놀랐다. 그녀의 일기에서는 그녀의 우울한 감정이 철학이 되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렇다. 그녀의 글은 깊었다. 그녀가 우울했던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기감정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예민함, 섬세함이 그녀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토록 사색이 깊은데 어떻게 자꾸 어긋나는 ‘나’의 감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혼돈 없는 삶이 있을 수 있을까.

 

현재 이수연 작가는 페소아에 몰입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페소아를 느끼고 보기 위해 리스본에 있다. 나 또한 페소아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이수연 작가 때문에 내가 페소아를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궁금해서 그에 대해 남겨둔 메모를 찾아보았다.


‘우리는 그의 감정의 그대로를 좋아하는 것 같다. 포장하지 않고 거짓 없는 페소아의 진솔한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자들은 자신을 숨긴다. 일기 같은 나의 고백을 할 용기조차 없다. 날것의 내가 사람들에게 이해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므로. 내가 페소아처럼 아편과 마약을 하고 우울증 환자라고 자기 고백을 할 용기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처럼 살아있는 자가 나의 고백을 쓴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가 아닐까.’


이수연 작가가 일기를 쓴다는 것은 용기였을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자는 갖지 못할 자기 고백의 용기. 작가는 ‘죽음’을 이야기했지만 읽는 나로서는 ‘삶’으로 읽혔다. 그녀의 일기는 내재적 과거 아이와 화해를 하고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에게 이해받기를 원하는 것보다 나가 내 자신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한 그녀의 용기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 수많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또 다른 용기가 되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해도 된다고 위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일기를 내준 작가가 고마웠다.


삶을 위해 너무 애쓰지 말고 행복이라는 형이상학적 추상에 너무 구속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행복을 생각하는 순간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흘러가는 것,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 ‘삶다운 삶’이 아닐까? 산다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를 살다 보면 미래가 되고 아팠던 과거와도 차츰 멀어지게 된다. 나이를 먹게 되면 감정도 무뎌지고 젊은 날의 폭우처럼 쏟아졌던 감정의 비가 그리워질 때가 온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이라서 아픈 것이다. 감정도 나이를 먹나 보다. 마음이 멈추면 그때부터는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그러니 아프고 사랑하고 기쁘고 충만할 수 있는 감정을 가진 지금을 사랑하라. 깊은 감정은 아픔이 아니라 젊음의 자산이며 누구도 갖지 못한 예민한 예술성이고 사랑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그 감정의 비를 충분히 맞고 즐기고 표현하고 사랑해도 될 것 같다.


"현재를 살면 그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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