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야기
사는 "어쩌면"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책 제목 :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지은이 : 케르스틴 뤼커, 우테 댄셸
출판사 : 어크로스
발 매 : 2018. 3. 21
나폴레옹 민법전 : 미성년자, 결혼한 여성, 범죄자, 정신박약자는 법적 권리가 없다.
루소 : 여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바느질을 하고 요리를 해야 하며, 여성의 호기심은 억눌러야 한다.
성경(파울로스의 말) :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
여성 세계사의 맥락을 살펴보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듯싶다. 이 책에서는 여성이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사회문화에 의해 진화되어 온 젠더 트러블을 밝힌다. 여성은 역사적으로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그리고 철학자에 의해서까지도 남성과 동급의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고, 남성에 속해있는 소유물로 취급받았다. 또 노예와 동일시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여성의 이미지는 역사 속에서 남성들에 의해 낮은 존재로 이미지화되어 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탐정들의 추리와 단서로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것이 문자 기록이 없었던 태고의 역사이다. 명탐정(학자)들의 단서에 의하면 도구나 무기와 함께 묻힌 여자, 진주 구슬과 실패와 함께 매장된 남자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퍼즐의 조합을 볼 때 ‘어쩌면’ 남자는 바느질을 하며 수다를 떨고 여자가 용맹스럽게 사냥을 하진 않았을까? ‘어쩌면’ 말이다. 또 만약 남성에 의한 방해공작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여성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어쩌면’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처럼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서로 바뀐 체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여성은 힘이 세고 남성은 연약하고 통통한 몸매를 가꾸며 여성의 보호 속에 살아간다)
저자는 세계 역사는 ‘어쩌면’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상상력으로 과거 여성들이 활약했던 현장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세상을 지배했던 여성 권력자의 기록들이 남성에 의해 의도적으로 지워졌다고 주장한다. 남성들은 왜 강한 여성들의 흔적을 지우려 했나. 남성들은 여성에게 권력 이양의 위기의식이라도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구 상에서 남성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종이 여성이라는 것을 이미 알아챘던 것은 아닐까?
여성의 권력은 왕(남성)의 부재에서 시작되었다. 왕이 일찍 죽어서 왕의 자리를 승계할 자손이 없거나 너무 어릴 경우 여왕이 그 자리를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다. 여왕은 보란 듯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여왕이었던들 여왕의 자리는 자기화에 의한 권력이 아니었다. 왕(남성)의 부재가 있을 때만 가능했다. 긴 역사 동안 타자 화 되었던 여성은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찾기 시작했다. 과거와는 달리 여성노동자들까지도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게 된 혁명이었다. 그 후 10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권력에 의한 성폭력은 여전하고 조직에서의 여성차별도 여전하다.
나는 젠더 차별이 역사 속에서 생물학적 DNA처럼 유전되어 왔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뿌리 깊은 젠더의 문제, 이것은 슬픔이다. 이 실체가 없는 관념적 슬픔을 남성들은 이해할 수 있는가? <여성 세계사> 읽기는 뿌리 깊은 역사 속에 관습처럼 자리한 남성우월주의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이 슬픔은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희망보다 비관적 관념이 자리한다. 한 16세기 유대 작가는 "아담은 먼지로 만들었지만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다"라고 성서의 구절을 인용하여 여성이 남성보다 강하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한 여성의 편을 들어준 남성의 언어가 고작 갈비뼈 타령이라니...
이 책은 내용의 컬리티를 떠나 역사 속에서 침몰되어 제외된 여성의 비극적 스토리로 이해해야 한다. 나는 이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질량의 무게를 호평으로 남기진 않겠다. 불평등한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려 시도했던 저항의 시선에 가치를 두려 한다.
덧. 여성문제를 여성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통합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고 모두를 아우르는 사회운동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여성을 위해 남성을 역 차별하지 않는 세상, 소수를 위함이 또 다른 집단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