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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Dec 02. 2020

“아름다운 고양人, 장애인좌식배구팀 최인원 감독

30년 한결같은 마음으로 마을의 내적 성장을 이끌다

최진원 감독

태풍 다나스가 조용한 고양마을의 대기에 습기를 몰고 옵니다. 태풍의 중심을 기다리는 고요한 오늘이 사뭇 우리 도시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우리 도시가 잠자는 도시라 말들을 하지만 고양마을은 결코 잠자는 도시가 아닙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고요한 꿈을 꾸는 여름날의 풀잎처럼 짙은 싱그러움이 함께하는 도시입니다.


그동안 우리 마을은 밖으로의 성장이 아닌 안으로의 조용한 성장을 이루어왔던 것 같습니다. 태풍을 예감하면서도 요란스럽게 흔들리지 않은 우리 도시의 조용한 힘의 위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13년째 고양마을에 살다 보니 그 작은 진실의 힘을 알게 됩니다. 풀뿌리 운동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람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의 힘이라는 사실을요.  

   

오늘은 30년을 한결같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우리 도시를 안으로의 성장으로 이끌어 온 "아름다운 고양人" 고양시 장애인좌식배구팀 최진원 감독을 만나보기로 합니다.     


40여 년을 몸 담았던 한국전력공사에서 노조 활동하며 이끈 조직 문화

   

최진원 감독은 올해 3월, 40여 년을 몸 담았던 한국전력공사를 정년 퇴임하였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배구를 시작하여 1978년 한국전력공사에 프로선수로 입사하여 전성기를 누리다가, 1988년에 선수생활을 은퇴 후 바로 한국전력 고양지사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운동선수로 활동하면서 단련된 팀워크의 힘은 직장생활 내에서도 인정을 받게 되어 이후 18년 동안 한국전력 고양지사 노동조합의 리더로서 화합된 노조를 이끌어왔습니다.  


최 감독이 노조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당시 노사갈등보다 더 자주 발발되는 노노갈등을 보며 노조문화를 바꾸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합니다. 하나가 되어야 할 조직의 분열이 싫었던 작은 마음의 시작이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환경 속에서 근무할 수 있는 고양지사 노동자들의 오늘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배구를 통해 만난 장애인 동료들, 30년 간의 아름다운 동행

- 취미 활동으로 했던 배구, 고양시 장애인좌식배구대표팀 활동으로까지 이어져

- 올해 5월 경기도 체육대회에서 배구 종합 1위의 좋은 성적 거두기까지       

   

최 감독은 현장 업무와 노조일을 병행하면서도 장애인 친구들과 30년을 한결 같이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습니다.      


“1990년, 당시 고양시 배구협회 전무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협회에서 하반신 장애인 김경섭 씨를 만나게 되었는데, 현 장애인좌식배구팀의 체육활동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어요.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도와주었죠.”     



최 감독의 도움으로 그 당시에는 취미 활동으로 운동을 했던 장애인 동료들은 지금은 고양시 장애인 좌식배구 대표 팀으로까지 활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최 감독은 장애인좌식배구팀과 함께 비장애인 생활체육 남·녀 배구팀도 이끌어오고 있는데요. 올해 5월, 안산에서 개최된 경기도 체육대회에서 여성 팀 준우승, 남성 팀 준우승으로 배구 종합 1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장애인 좌식배구는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보급된 경기로서 하반신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배구를 즐길 수 있도록 변형시킨 장애인 스포츠입니다. 앉아서 배구를 할 수 있다는 뜻에서 '좌식배구'라고 부르는데요. 6인 체제로 이뤄져 전국체전에서는 장애인 선수들로만 구성되지만 도민체전이나 생활체전에서는 장애인 3명, 비장애인 3명으로 구성된 어울림 종목으로 실력을 겨루기도 합니다. 고양시 배구팀도 어 울림 팀을 구성하여 출전을 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9월, 보령머드축제 경기와 11월, 수원 장애인 배구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018년 7월,  말레이시아 말라카시 초청으로 친선교류경기를 펼친 고양시 장애인좌식배구팀

 

고양시 장애인좌식배구팀은 국내 경기는 물론 국제경기까지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는데요, 지난 7월 중순에는 말레이시아 말라카시에서 초청을 받아 말라카시의 4팀과 친선교류경기를 하여 당당하게 1위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최 감독은 단기 계획으로는 <8월, 광주광역 시장 배 경기>, <9월, 보령머드축제 경기>, <10월, 제39회 전국 장애인체육대회>, <11월, 수원시 장애인 배구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며, 장기적인 소망이 있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어울림 팀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국내·외 경기가 있을 때마다 고양시 장애인체육회에서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후원자를 찾아 나서거나 자비를 들여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2012년까지는 고양 시장 배 장애인 좌식배구대회도 개최했었지만 안타깝게도 예산 부족과 인력부족으로 중단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어 최 감독은 "장애인 좌식배구는 비인기 종목에 속하고 활동에 필요한 시설이나 예산이 부족한 형편이어서 선수 발굴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 현역 선수들은 저와 30년을 함께해 온 멤버들로서 연령대가 대부분 40대라서 앞으로의 젊은 선수 발굴이 시급합니다. 지자체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해요."라며 활동의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간 공유·공감력 증대  필요해… 

         

"30년 전이나 현재나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장애인을 위한 사회환경이 크게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비장애인들의 인식 변화 없이는 사회약자인 장애인들의 생활환경 개선에 한계가 있어요.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최대한 많은 시간을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 감독은 "그러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체육시설 및 생활기반시설들을 장애인용과 비장애인용으로 분리할 것이 아니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장소들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며, 앞으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집 밖에서의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고 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들을 많이 늘려 가다 보면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운동은 자연스럽게 성과를 이룰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식과 생활환경개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제일 약자는 장애인일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낼 건강이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운동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이들처럼 힘 있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건강조차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장애인에게 있어 체육활동은 매우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체육활동 기반시설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인권은 배려와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나의 권리를 당연히 요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장애인들도 자신의 권리를 당연히 요구하고 그 요구가 당연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최 감독은 30여 년을 장애인 배구단을 도와 그들의 성장을 도왔습니다. 최 감독처럼 자기 자리에서 사람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자들이 존재하기에 우리 마을은 태풍의 요란스러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밖으로의 성장이 아닌 안으로의 풍요로움을 만들어왔던 '아름다운 고양人'들이 사는 우리 동네가 참 좋습니다. (2019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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