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하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 김경윤
제 목 : 책 쓰는 책
지은이 : 김경윤
발행일 : 2020. 11. 15
출판사 : 오도스
“말의 주인이 되려면 남의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권력자의 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는 사회이다.” 24p
나는 늘 생각을 써야 했던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과 청년시절에는 일기를, 마흔 살 무렵부터는 책 서평을, 지금은 소셜 기사를 쓰고 있다. 그렇다고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뜻은 품어 본 적도 없고 시도를 해본 적도 없지만 배울 기회가 되면 배움을 바랐고 글을 쓸 기회를 찾아다녔다. 내가 무언가를 계속 쓰고 있으니 간혹 나의 최종의 목표가 책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책을 출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써야 했고 쓰고 싶었을 뿐이다. 외로움을 많이 탔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한 번쯤은 생각도 해보았던 것도 같다. 그러나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 능력으로 감히 작가가 가당키나 하겠어?’ 그런 위축감으로 작가는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때는 글을 본격적으로 집중해 볼가도 생각했지만 나는 책을 읽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야 했다. 읽을수록 부족한 내가 보였고 이 상태에 글을 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충족될 만큼의 책을 읽을 때까지 글을 쓰는 것을 미루기로 했다. 서평을 쓰거나 기사를 쓰기는 했지만.
나의 활동 반경이 인문학 모임이나 강연장을 찾아다니다 보니 글과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2020년 새로운 목표로 글쓰기를 배워보기로 했다. 시작은 창대했다. 그래도 나는 시작하면 열심히는 하는 사람이니까 나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나의 상황이 좋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 이유도 있었고 아프기까지 해서 책조차도 읽지 못할 지경이었다. 어쩌다 보니 변명이 길다. 그래도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에 글쓰기 수업에 다시 합류했다. 아직 자신은 없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훈련은 하고 싶었다.
나는 나 나름대로 쓰고 싶은 것들이 있다. 아직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한 것이 문제지만 나는 세상에 할 말이 많은 사람이고 누군가는 세상에 필요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늘 나의 능력이 문제였다. 그런데 때마침 김경윤 선생님께서 ‘책 쓰는 책’을 출간하셨다. 제자의 도리로 아니 배움의 자세로 열심히 읽었다. 책을 처음 펴는 순간부터 도끼 같은 문장들이 쏟아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써야 한다. 아니 보통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고 글로 쓸 수 있을 때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내가 만약 책을 쓸 용기를 내게 된다면 순전히 저 문장 때문일 것이다.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 듯, 내 삶의 주인은 나여야만 한다는 것. 민주주의는 내가 나의 삶의 주인이어야만 안에서 밖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일 수 있고 작가여야 한다는 것. 당연한 말인데 책을 써야 하는 이유에 붙여 생각하니 너무 멋진 말이 아닐 수 없다.
첫 장부터 도끼에 뺌~~ 하고 찍혀서 본격적으로 ‘책 쓰는 책’에 빠져보니 10여 년 동안 26권의 다작을 낸 작가의 노하우가 전부 책 속에 녹아 있다. 작가의 근육(읽고 쓰는 습관화) 키우는 방법부터 글과 책의 다른 점, 문단 쓰기, 나에게 맞는 유형별 글쓰기, 분량과 사이즈 정하기, 글감 준비하기, 콘셉 정하기 등 작가가 20여 년 작가로 살면서 체득해 온 책 쓰기 실전 노하우가 모두 담겨있다. 살짝 귀띔하면 탈고 후 투고하기, 출판사 계약 시 유의점까지 세세하게 적혀있다. 이 책 한 권이면 책을 출판하기 위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철학책은 물론 모든 영역의 인문학 책을 섭렵한 다독 가이자 저술가이자 철학자인 저자만의 특별한 책 쓰는 기술이다.
다만 다 읽고 나니 한 가지 깊은 고민이 생기게 된다. 나는 정말 작가일까? 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진짜 작가가 되어야 하나?
책을 읽고 나니 없던 자신감이 조금 생기는 것 같다. ‘책 쓰는 책’은 진짜 책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북돋아 주는 스승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