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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Nov 21. 2019

외국인의 한글패치

우리나라는 군대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특히 공인일수록 더 엄격하며 인기스타들도 군대 기피로 대역죄인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런 탓에 공인들 중에서는 이중국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갔다 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무릇 공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인 남자가 우리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려면 군대를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살아 이중국적을 가진 친구들도 우리나라에서 살기 위해 군대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있다. 대부분 부모님은 한국사람이지만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경우가 많았고 이들 중에서는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들도 있으나 아직 언어가 서툴러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재밌는 건 이들이 전역할 때쯤이면 한국어를 마스터해서 나간다. 아무래도 1년 9개월 동안 한국어만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에 배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이들이 군대에서 한국에 대해 마스터해 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외국어 욕 가르쳐주기

외국 살다 온 친구들이 들어오면 반드시 거치는 절차이다. 

대부분 그래도 한국어가 서툴러도 어느 정도는 할 줄 알기 때문에 한국어 욕을 구글 번역기 뺨치는 실력으로 번역시킨다. 영어 욕은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영어권에서 온 친구들은 이 과정을 생략할 때도 있지만 그 외 언어권에서 온 친구들은 선임들이 꼭 그 언어의 욕을 물어본다.  

중위 때 아르헨티나에서 온 친구가 전입 왔었다. 30세라는 늦은 나이에 들어왔는데 워낙 동안이라 20대 초반 친구들과 있어도 위화감이 없었다.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다 보니 비교적 생소한 스페인 욕들을 참 많이 물어봤다. 욕 나오는 상황에서 그 친구가 옆에 있으면 이럴 때는 스페인어로 뭐라고 하냐고 물어보면 친절히 잘 가르쳐줬다. 

그것도 아주 의역을 잘해서 가르쳐줬다. 가장 자주 쓰는 욕을 알려 달라고 하니  "PUTA"라는 말은 가르쳐 줬다. 그가 너무 태연한 얼굴로 뜻을 알려줘서 많이 당황스럽긴 했지만.(영어로 son of b**ch의 뜻을 가진다고 한다)


2. 외국식 마인드와 충돌하는 한국 군대 문화

포대장을 할 때 인도에서 살다가 들어온 친구가 있었다. 인도에서 오래 살아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았는데 군대의 계급 사회는 더 모르던 친구였다. 

그래도 축구를 좋아해서 부대원들이랑 부대끼면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문제라면 이등병임에도 불구하고 선임한테 과감하게 "PASS!"를 외치곤 했다. 선임들도 그 친구가 아직 군대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곤 했는데 하루는 간부들과 섞여서 공을 차는데 행보관이 공을 잡는 순간 그 친구가 말했다.


"HEY!!! PASS!!! PASS!!! HEY!!!"


그 순간 전부 귀를 의심했다. pass야 그렇다 쳐도 아무리 존댓말 없는 영어라지만 hey는 뭔가 아닌 것 같았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인상 쓰며 hey를 외치는 그 친구만 바라봤다. 행보관이 패스를 주자 좋다고 드리블을 하고 슛을 했다. 그리고 빗나가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What the F**k!"


행보관은 별말 안 하고 넘어갔는데 선임들도 그냥 넘어갔는지는 모르겠다. 



3. 그들에겐 어려운 한국어 해석

외국 친구들은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돼도 글을 번역하는 것은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건 크게 상관이 없었는데 가끔 마음의 편지를 쓸 때 거기에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를 못 하곤 했다. 그렇다고 옆사람한테 물어볼 수가 없는데 뭐라도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삐뚤빼뚤한 글씨로 뭔가를 적어낸다. 하지만 이는 가끔 굉장한 참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루는 대대장님 호출로 대대장실로 간 적이 있다. 대대장님은 전날 받은 마음의 편지를 손에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네 포대에 부조리 있냐?"


물론 '없다'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마음의 편지에 뭐가 나왔다고 직감했다. 

대대장님은 우리 포대 인원이 쓴 마음의 편지를 건네줬다.


거기에는 "부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여려 명의 인원들이 적혀있었다. 적은 사람이 누군지 뻔히 보였다. 거기에 적혀있는 이름은 그의 생활관 동기들이었다. 얘가 또 뭔가 잘못 이해하는 거 같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면담을 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번에 진지 공사할 때 애들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분명 힘들다고 한 애들을 적기는 했는데 뭔가 핀트가 굉장히 어긋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생활관 애들을 몇몇 불러서 면담을 했는데 그 애들 역시 너무 황당해했다. 그 덕분에 마음의 편지를 영문 버전을 만들기도 했다. 



4. 잘못된 한글 패치

가끔 사람이 화가 나거나 당황스러우면 순간적으로 욕이 나가는 순간이 있다. 인도에서 온 친구도 그랬다. 슛이 빗 나갔을 때처럼 화가 나는 순간에 WTF가 저절로 나왔다. 그는 영어가 익숙했고 그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상병쯤 되니까 그의 입에서는 더 이상 WTF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 X발 X 같네."


 그 모습을 보고 생활관 동기들은 그가 비로소 완전한 한국인이 되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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